"앞으로 3~4개월이 스타트업 골든타임...투자회수 시장 살려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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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VC) 업계가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모태펀드 예산이 30% 삭감된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투자 한파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1분기 벤처펀드 결성액은 지난해 보다 78% 쪼그라들었습니다. 18일 열린 벤처캐피탈 포럼에서 70여명의 VC 업계 참석자들은 엄중하게 정부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올해 들어 벤처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하자 투자회수 시장 활성화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딥테크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 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신생 VC를 대상으로 하는 모태펀드의 '루키(신인) 리그'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벤처캐피탈 포럼'을 열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세계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와 정부가 함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발표된 우리나라의 1분기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6%, 6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1분기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개비 각각 84.1%, 55.1% 줄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감소폭은 2021년과 2022년에 이례적으로 투자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1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VC들이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관리·성과보수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조 발표자로 나선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매년 모험자본 증가율이 3~4%였는데 2021년엔 92%로 급증했다"며 "본질 가치가 1조원인 기업에 3~4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금리 상황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플랫폼 기업의 주식가치가 구주시장에서 반토막 나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 유치가 힘든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VC는 돈은 있지만 사실상 투자를 멈춘 상황이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패널 토론자로 나서 "초기 펀드(시드·시리즈 A)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후속 투자펀드(시리즈 B 이후)가 움직여 줘야 하는데 기업 밸류에이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거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는 많지만, 투자는 멈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한 스타트업들도 구조조정을 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생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및 신생 VC는 펀딩도 마르고 있다. 엔젤 투자를 받아 창업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설립 3년 미만의 투자사만 참여할 수 있는 모태펀드의 '루키리그' 확대가 양극화된 VC 생태계를 살릴 해법으로 제시됐다.
딥테크 투자 전문 VC인 티인베스트먼트의 김태훈 대표는 "다양한 루키리그 VC가 여럿 나와야 다양한 초기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며 "루키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대형 VC가 휩쓸기보단 중소형 VC를 배려해야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 "신생 VC가 루키리그가 끝나면 곧바로 대형 VC와 경쟁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드라이파우더도 대형 VC에 쏠림이 있어, 시리즈 B 이후에 투자하는 중형 VC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소외돼 있다"며 "투자금을 회수해 펀드를 새로 만드는 선순환 사이클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액셀러레이터가 만드는 개인투자조합을 대형화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법인의 개인투자조합 출자자(LP) 참여 한도를 30%에서 확대 ▲창업투자조합에 준하는 법인세 감면 ▲세컨더리펀드의 개인투자조합 투자 허용 등을 제안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 3~4개월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엔 '골든타임'"이라며 "코스닥 시장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동력이 되도록 상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6대 첨단산업 분야(시스템반도체·미래차·차세대 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로봇)에서 회수시장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딥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2005년 도입 이후 주로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최근엔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 부문 대표는 "최근 2~3년간 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 심사가 엄격해졌다"며 "코스닥시장은 미국 나스닥처럼 규제보단, 시장 논리로 접근해 좋은 기업을 계속 상장시키는 제도가 보편화된다면 VC들도 활발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이 허용됐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신아 대표는 "중기부가 민간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며 "민간기업의 벤처펀드 출자 시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M&A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의 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이종훈 대표는 "모기업이 내부적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하면서 CVC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모태펀드의 멘토매칭 펀드를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신생 CVC는 벤처투자 실적은 없지만, 사업영역의 트랙레코드는 충분한 셈"이라며 "CVC와 모태펀드와 함께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큰 바퀴'를 굴리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VC 업계는 한목소리로 올해 축소된 모태펀드 예산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투자는 심리"라며 "모태펀드 예산 증액이 정부의 벤처산업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영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 과제와 맞물려 올해 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됐다"며 "CVC 활성화 및 민간 모태펀드 도입으로 민간 주도 모태펀드를 만들려고 했으나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때문에 뜻하는 대로 '엔진'이 돌아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 성장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민간 주도로 가는 방향은 지속할 것"이라며 "세컨더리 펀드와 스타트업 M&A를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미 실행 중인 중소기업에 대한 8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방안에 더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추가 자금 지원, 규제혁신 등 벤처‧창업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별도 방안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올해 들어 벤처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하자 투자회수 시장 활성화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의 요구가 터져 나왔다. 딥테크 기업에 대한 기업공개(IPO)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 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신생 VC를 대상으로 하는 모태펀드의 '루키(신인) 리그'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벤처캐피탈 포럼'을 열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세계적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와 정부가 함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투자가 멈췄다
이날 발표된 우리나라의 1분기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6%, 6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1분기 벤처펀드 결성 및 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개비 각각 84.1%, 55.1% 줄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감소폭은 2021년과 2022년에 이례적으로 투자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며 "지난해 말 기준 11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확보한 만큼 VC들이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할 수 있도록 관리·성과보수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등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조 발표자로 나선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매년 모험자본 증가율이 3~4%였는데 2021년엔 92%로 급증했다"며 "본질 가치가 1조원인 기업에 3~4조원의 투자금이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금리 상황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플랫폼 기업의 주식가치가 구주시장에서 반토막 나면서, 기업들의 신규투자 유치가 힘든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VC는 돈은 있지만 사실상 투자를 멈춘 상황이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패널 토론자로 나서 "초기 펀드(시드·시리즈 A)가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후속 투자펀드(시리즈 B 이후)가 움직여 줘야 하는데 기업 밸류에이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거래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는 많지만, 투자는 멈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한 스타트업들도 구조조정을 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생존'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극화된 VC 생태계, 해법은
중소형 및 신생 VC는 펀딩도 마르고 있다. 엔젤 투자를 받아 창업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설립 3년 미만의 투자사만 참여할 수 있는 모태펀드의 '루키리그' 확대가 양극화된 VC 생태계를 살릴 해법으로 제시됐다.
딥테크 투자 전문 VC인 티인베스트먼트의 김태훈 대표는 "다양한 루키리그 VC가 여럿 나와야 다양한 초기 기업을 발굴할 수 있다"며 "루키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대형 VC가 휩쓸기보단 중소형 VC를 배려해야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 "신생 VC가 루키리그가 끝나면 곧바로 대형 VC와 경쟁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드라이파우더도 대형 VC에 쏠림이 있어, 시리즈 B 이후에 투자하는 중형 VC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소외돼 있다"며 "투자금을 회수해 펀드를 새로 만드는 선순환 사이클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액셀러레이터가 만드는 개인투자조합을 대형화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법인의 개인투자조합 출자자(LP) 참여 한도를 30%에서 확대 ▲창업투자조합에 준하는 법인세 감면 ▲세컨더리펀드의 개인투자조합 투자 허용 등을 제안했다.
코스닥, 美 나스닥처럼 변해야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야 투자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혹한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인 만큼, 신속하게 투자회수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윤 회장은 "앞으로 3~4개월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엔 '골든타임'"이라며 "코스닥 시장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동력이 되도록 상장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6대 첨단산업 분야(시스템반도체·미래차·차세대 디스플레이·2차전지·바이오·로봇)에서 회수시장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딥테크 기업에 대한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2005년 도입 이후 주로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최근엔 상장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바이오 부문 대표는 "최근 2~3년간 거래소의 기술특례 상장 심사가 엄격해졌다"며 "코스닥시장은 미국 나스닥처럼 규제보단, 시장 논리로 접근해 좋은 기업을 계속 상장시키는 제도가 보편화된다면 VC들도 활발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 유인책 여전히 부족
지난해부터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이 허용됐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민간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신아 대표는 "중기부가 민간기업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며 "민간기업의 벤처펀드 출자 시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M&A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S건설의 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이종훈 대표는 "모기업이 내부적으로 현금을 확보해야 하면서 CVC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못 하고 있다"며 "모태펀드의 멘토매칭 펀드를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신생 CVC는 벤처투자 실적은 없지만, 사업영역의 트랙레코드는 충분한 셈"이라며 "CVC와 모태펀드와 함께 벤처투자 생태계에서 '큰 바퀴'를 굴리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태펀드 예산 축소, 과연 바뀔까
VC 업계는 한목소리로 올해 축소된 모태펀드 예산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투자는 심리"라며 "모태펀드 예산 증액이 정부의 벤처산업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영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건전성 회복 과제와 맞물려 올해 모태펀드 예산이 삭감됐다"며 "CVC 활성화 및 민간 모태펀드 도입으로 민간 주도 모태펀드를 만들려고 했으나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때문에 뜻하는 대로 '엔진'이 돌아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스타트업 성장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민간 주도로 가는 방향은 지속할 것"이라며 "세컨더리 펀드와 스타트업 M&A를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미 실행 중인 중소기업에 대한 8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방안에 더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추가 자금 지원, 규제혁신 등 벤처‧창업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별도 방안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