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4년 루트비히 반 베토벤(1675-1741)이 청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그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발표했다. 관현악기만 사용하던 통념을 넘어 사람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등장하는 최초의 클래식 작품으로, 초연 때부터 화제가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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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자신이 직접 지휘하려 무대에 올랐다.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이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그를 위해 조력 지휘자가 옆에 섰다. 서양 음악사에서 초연 때 두 명의 지휘자가 연주에 참여한 첫 교향곡이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은 19세기와 20세기 음악사에 미친 큰 영향과 고유성을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매년 연말이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연주되는 작품이지만 1989년 12월 베를린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한 독일 통일 기념 음악회(The Berlin Celebration Concert 1989)는 베토벤이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작품의 주제가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된 공연이었다.
연주자들마저 울먹인 1989년의 어느 '베토벤 합창' 공연
냉전 시대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다국적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작품 주제인 ‘모든 인류는 형제가 된다’는 인류애적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한다. 4명의 독창자와 100명이 넘는 합창단은 4악장 합창의 첫 가사를 ‘환희’가 아닌 ‘자유’로 바꿔 불러 통독 기념 공연의 의미를 분명하게 전했다. ‘자유’를 외치는 베이스 독창자 얀 핸드리히 루터링의 힘찬 선창을 받아 합창단이 화답하는 장면 속 단원들의 얼굴엔 ‘환희’가 가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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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가 끝나고 객석에서 눈물을 닦는 노신사의 모습과 연주자들이 울먹이는 커튼콜 장면도 감동적이다. 역사적인 연주에 관객들은 10분이 넘게 함성과 박수로 갈채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