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대출 조이는 美 은행권…신용경색 시작
美 경기침체 빠질 가능성 높아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내 신용경색이 이미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대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 경기침체 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2주간 은행 대출금액이 가파르게 하락했는데, 은행 예금도 크게 줄었다"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에서 1조 달러의 예금 인출이 일어난 점은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면서 기업과 가계의 돈줄이 마르고 있단 진단이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더해 SVB 등 소규모 은행의 잇따른 붕괴로 인해 미 Fed가 우려하는 신용 경색이 예상보다 더 큰 규모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규모 은행들은 압박받았고, 고객들은 은행에서 현금을 빼서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기면서 은행 시스템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

마이크 월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붕괴로 금융시장에서 위기감이 커졌고 이 때문에 예상보다 더 심각한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최근 미국 중소기업 설문에서 대출 접근성은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이자 비용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신용경색 우려는 미국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봤다. 마이클 윌슨은 "신용경색은 기업과 가계 모두 대출을 일으키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컨센서스 전망치는 향후 몇 달간 크게 하락할 것으로 봤다. 마이클 윌슨은 "작년 6월 정점을 찍은 이후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 컨센서스 전망치는 연간 약 9% 하락했는데, 이는 주식 투자자들이 더 높은 주식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만큼의 심각한 수준이 아니였다"라면서도 "앞으로 몇 달간은 이 전망치가 더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나아가 예상보다 완만한 인플레이션 지표에 환호하는 투자자에겐 조심할 때라고 조언했다. 마이클 윌슨은 "지금까지의 점진적인 마진 하락은 대부분 부풀려진 비용 구조의 결과인데, 향후 예상보다 큰 폭의 실적 감소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성장이 힘든 상황에서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