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예비 '유니콘'의 눈물
혁신을 꿈꿨다. 4명의 창업 멤버가 한여름 내내 밤샘 토론으로 다듬어 낸 사업 아이템. 찾기 힘들고 몸값 비싸다는 변호사, 국민 누구나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도록 바꿔보자는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사업 첫해인 2014년 5만 명에 불과했던 누적 방문자 수는 8년 뒤 4000만 명에 육박했다. 월간 이용자 수 200만 명에 달하는 대형 리걸테크(법률+기술) 서비스의 탄생이었다. 혁신·성장성을 인정받아 정부가 주는 ‘예비 유니콘’ 타이틀도 받았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운영사 로앤컴퍼니)의 성장 스토리다.

꺼져가는 리걸테크 혁신 불꽃

로톡이 이뤄가던 혁신의 꿈은 지금 산산조각이 날 위기다. 서비스 론칭 직후부터 대척점에 섰던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끈질긴 소송과 압박으로 로톡 플랫폼을 이탈하는 변호사가 늘면서 광고비 수입이 줄었다. 2021년 4000명에 달했던 소속 변호사 수는 현재 절반인 2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경영 악화 여파로 결국 올 2월 직원 90명 중 절반을 감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11번의 이사 끝에 마련한 서울 강남역 인근 1000㎡(약 300평) 사무실도 이달 초 비웠다. 남은 직원들은 전원 재택근무로 돌렸다. 스트레스로 얻은 신경성 통증으로 지난달까지 목발을 짚었던 김본환 대표(41)에게 더 큰 고통은 정든 직원들과의 이별이다. 김 대표는 “복직을 약속해주지 못한 게 마음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로톡과 변협의 갈등 구도는 복잡해 보일지 몰라도 양측의 승패 전적은 싱겁게도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다. 변협 등이 로톡을 상대로 낸 고소·고발 건은 모두 불송치 또는 불기소로 결론 났다. 변협이 2021년 5월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광고를 막기 위해 자체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정’에 관해선 헌법재판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차례로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작년 5월 변협의 광고 규정 중 일부가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공정위는 올 2월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총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로톡의 완벽한 판정승이다.

징계권 앞세워 시간 끄는 변협

그런데도 변협은 “헌재가 광고 규정 전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는 초법적 해석을 앞세워 여전히 로톡에 광고를 내는 소속 변호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법무부로부터 변호사 징계권을 위임받은 변협은 소속 회원에 대한 징계를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직역단체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선 불복 소송을 언급하며 시간 끌기에 나섰다.

로톡과 변협의 최종 승부는 상반기 나올 법무부의 이의 신청 판정 결과로 갈릴 전망이다. 작년 12월 변협은 로톡 가입을 이유로 변호사 9명에게 견책 또는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 이들 모두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법무부가 이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변협의 징계는 명분을 잃게 돼 로톡은 회생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혁신은 기존 성장판의 한계를 깨뜨릴 수 있는 돌파구다. 불확실성이 상수로 자리 잡은 말 그대로 격변의 시대, 혁신을 거부하는 생태계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시장경제 논리와 소비자 편익은 뒤로 밀어두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눈이 먼 이익단체들의 반(反)혁신 시도를 끊임없이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