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값이 한 달 새 33% 급락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진 데다 리튬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다. 원재료 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면 배터리 및 전기차 할인 경쟁을 부추겨 배터리와 관련 소재 업체의 매출만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산화리튬값 한달새 33% '뚝'…K배터리 소재사 매출감소 우려
18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 14일 t당 4만7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초만 해도 가격이 t당 7만1000달러를 웃돌았다. 올 들어 이어진 리튬값 급등에 따른 가격 조정과 함께 세액공제 혜택 대상 축소에 따른 전기차 수요 감소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리튬 공급망이 다변화하면서 가격 하향세를 이끈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탄산리튬의 가격 급락이 수산화리튬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 정광으로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 두 가지로 정제할 수 있다”며 “수익성이 더 높은 수산화리튬 생산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및 관련 소재 업계는 당장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배터리와 소재 가격은 광물 가격과 연동해 바뀌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개별 계약마다 다르지만 통상 양극재 등 소재는 3개월, 배터리는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광물 가격이 반영된다.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및 소재 업체는 가격 하락 전 비싸게 사놓은 광물을 ‘선입선출’ 구조에 따라 먼저 소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판가와 ‘미스매치’가 발생하면서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원료값 하락이 오래 이어지면 배터리와 전기차값 할인 경쟁을 촉발해 업계의 ‘파이’만 줄어들 것이란 걱정도 제기된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