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천200여명 참여…일제 침략·수탈 흔적 '생생'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인천 부평 '강제 동원' 투어 재개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아픔을 간직한 인천 부평구에서 역사 현장을 체험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재개된다.

19일 인천 부평문화원에 따르면 다음 달 중순부터 투어 프로그램 '2023 걷다 보니 부평'이 본격적으로 운영된다.

문화해설사와 역사 현장을 돌아보며 부평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1천200여명이 참여했다.

투어는 크게 A∼C코스 3가지로 나뉘며 동선별로 2시간가량 소요된다.

A코스는 미쓰비시 줄사택에서 시작해 부평공원과 옛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로 이어진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군수물자 공장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의 노무자 합숙소로 쓰인 곳이다.

이곳은 전범 기업 미쓰비시제강이 강제 동원한 조선인들의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장소로 평가받는다.

현재 개발 사업으로 상당수 철거됐으나 남은 6개 동 가운데 4개 동을 문화재로 올리기 위한 보존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줄사택에서 도보로 1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부평공원은 미쓰비시제강의 대규모 군수물자 공장이 있던 곳으로 일제 수탈의 아픔이 서려 있다.

광복 이후 국군 88정비대대로 활용되다가 공원으로 조성됐고, 2016∼2017년 평화의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이 각각 건립됐다.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인천 부평 '강제 동원' 투어 재개
부평공원 맞은편 캠프마켓에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무기 제조공장 '조병창'이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1944년 국민징용령을 통해 학생들까지 강제 동원해 부족한 노동력을 채운 것으로 전해진다.

광복 이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면서 81년간 민간 출입이 통제되다가 한미 합의에 따라 반환 절차와 함께 부분 개방이 이뤄지고 있다.

B코스는 캠프마켓에서 담길을 따라 부영공원으로 움직이는 동선이다.

부영공원은 캠프마켓 부지에 속해 한때 반공포로수용소로도 사용됐으며, 2002년 공원으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폭 7m, 높이 2m 규모의 콘크리트 지하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C코스에서는 부영공원을 비롯해 함봉산 자락의 '부평 지하호'를 둘러볼 수 있다.

부평 지하호는 일제가 군수물자 생산 시설을 지하화하기 위해 만들던 땅굴로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다.

현재 4개 구역 23곳으로 분류되며 입장이 허용된 C구역 6번 지하호를 탐방할 수 있다.

"아픈 역사도 기억해야"…인천 부평 '강제 동원' 투어 재개
부평문화원은 부평 지하호 체험만 별도로 진행하는 '부평 지하호 필드워크' 프로그램도 기획해 오는 21일부터 운영한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기존 A∼C코스에 더해 부평시장·부평문화의거리·부평지하상가로 이어지는 쇼핑 투어가 추가된다.

지난해 인기를 끈 굴포천 산책 투어와 부평 지하호 어린이 투어 등 특별 체험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 인원은 부평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하며 모든 비용은 무료다.

부평문화원 관계자는 "부평구와 협의를 거쳐 5월 중순께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라며 "주 1∼2회씩 최소 5인 이상으로 투어 인원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