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보증금 안 돌려줘" 전국 전세사기 피해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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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청년층·다가구 주택 밀집지역 중심으로 피해 집중
지난해 주택 1천139채를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42)씨 사건 이후에도 전국에서 여전히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깡통전세'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이나 20∼30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달 초 이른바 '1세대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사업자 이모(65)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470여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이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에게서 총 84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는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서울 화곡동을 무대로 무자본 갭투자 사기를 벌여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화곡동 빌라왕'으로 불린 임대사업자 강모(55)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2015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건축주 등으로부터 1채당 평균 500만∼1천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아무런 자본 없이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하고 임대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 피해 금액은 총 31억6천800만원에 이른다.
경기 동탄신도시 일대에서는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이 파산, 피해자 수십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부부가 최근 세금 체납 문제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최근 집값 하락으로 다수 오피스텔의 거래가가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가 체납세까지 있는 상황에서 소유권을 이전받을 경우 가구당 2천만∼5천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대전도 전세 사기 범행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최근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서구 도마동·괴정동 등을 중심으로 50억원대 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말 서구 도마동과 괴정동에 거주하는 전세 사기 의심 피해자 20여명으로부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신고된 피해 규모는 20억여원 정도지만, 피해자 모임에서 파악한 피해 가구는 도마동과 괴정동, 중구 문창동 지역 55가구 50억원 이상 규모로 추 정된다.
또 '깡통' 오피스텔을 월세 매물로 속여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전직 방송사 직원과 부동산 법인 관계자, 공인중개사 등이 낀 일당이 대전지검에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이들은 대전에 법인을 세운 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서 갭투자를 통해 전세 계약된 '깡통주택' 오피스텔과 빌라를 사들여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세입자 163명으로부터 32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공인중개사들과 공모해 매매 수수료를 1건당 최대 4천500만원까지 지불, 중개업자들이 매매를 성사하기 위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본인과 법인 명의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채의 세입자들을 상대로 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30대가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부동산 중개인과 짜고 세입자 15명으로부터 보증금 5억여원을 가로챈 오피스텔 건물주가 기소됐다.
전세 사기 일당들은 대부분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로 연연하다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1채에 평균 1억∼2억원 정도의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시세보다 비싸게 계약하고, 범행을 도운 공인중개사 등에게는 통상의 수수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수법을 썼다.
최근 인천에서는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인 20∼30대 3명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임시 거처를 지원하거나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상담업무를 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피해 예방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를 때에는 전셋값이 올라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줄 수 있지만, 집값이 전세가보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지금의 '역전세' 상황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가 더 늘 수 있다"면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들은 더욱 전세 사기 피해에 취약한 만큼 공인중개사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이력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영훈 이준영 김재홍 손현규 박주영 기자)
/연합뉴스
이른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깡통전세'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로 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이나 20∼30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달 초 이른바 '1세대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사업자 이모(65)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470여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이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에게서 총 84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는다.
앞서 지난 1월에는 서울 화곡동을 무대로 무자본 갭투자 사기를 벌여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화곡동 빌라왕'으로 불린 임대사업자 강모(55)씨는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2015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건축주 등으로부터 1채당 평균 500만∼1천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아무런 자본 없이 화곡동 일대 빌라 283채를 매입하고 임대한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 피해 금액은 총 31억6천800만원에 이른다.
경기 동탄신도시 일대에서는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이 파산, 피해자 수십명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따르면 동탄·병점·수원 등에 오피스텔 250여 채를 소유한 부부가 최근 세금 체납 문제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며 소유권을 이전받을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최근 집값 하락으로 다수 오피스텔의 거래가가 전세금 이하로 떨어진 데다가 체납세까지 있는 상황에서 소유권을 이전받을 경우 가구당 2천만∼5천만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전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대전도 전세 사기 범행에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최근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서구 도마동·괴정동 등을 중심으로 50억원대 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말 서구 도마동과 괴정동에 거주하는 전세 사기 의심 피해자 20여명으로부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신고된 피해 규모는 20억여원 정도지만, 피해자 모임에서 파악한 피해 가구는 도마동과 괴정동, 중구 문창동 지역 55가구 50억원 이상 규모로 추 정된다.
또 '깡통' 오피스텔을 월세 매물로 속여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전직 방송사 직원과 부동산 법인 관계자, 공인중개사 등이 낀 일당이 대전지검에 구속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이들은 대전에 법인을 세운 뒤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에서 갭투자를 통해 전세 계약된 '깡통주택' 오피스텔과 빌라를 사들여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세입자 163명으로부터 32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공인중개사들과 공모해 매매 수수료를 1건당 최대 4천500만원까지 지불, 중개업자들이 매매를 성사하기 위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본인과 법인 명의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채의 세입자들을 상대로 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30대가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부동산 중개인과 짜고 세입자 15명으로부터 보증금 5억여원을 가로챈 오피스텔 건물주가 기소됐다.
전세 사기 일당들은 대부분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보증금 돌려막기'로 연연하다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1채에 평균 1억∼2억원 정도의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시세보다 비싸게 계약하고, 범행을 도운 공인중개사 등에게는 통상의 수수료보다 훨씬 높은 금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수법을 썼다.
최근 인천에서는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인 20∼30대 3명이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각 지자체는 전세 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임시 거처를 지원하거나 전세피해지원센터를 통해 상담업무를 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피해 예방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를 때에는 전셋값이 올라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해줄 수 있지만, 집값이 전세가보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지금의 '역전세' 상황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가 더 늘 수 있다"면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들은 더욱 전세 사기 피해에 취약한 만큼 공인중개사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이력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영훈 이준영 김재홍 손현규 박주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