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현재 프랑스에 머무르는 송영길 전 대표의 처신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송 전 대표 측에서 벌어진 일로 당이 수세에 처했는데도 정작 본인은 외국에서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의혹이 제기된 이후 송 전 대표는 내내 "잘 모르는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대국민 사과하며 요구한 조기 귀국에 대해서도 "(한국에)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며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계파를 가리지 않고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의혹 내용과는 별개로 일단 귀국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당 대표가 조기 귀국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했는데도 귀국을 미루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직 대표로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전 대표를 향해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고민정 최고위원은 "'돈 봉투 사건'은 독재 정권과 싸워온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정당성도 무력화했다"며 "(송 전 대표가) 떳떳하다면 (귀국을) 피하고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송갑석 최고위원도 "송 전 대표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며 "송 전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파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옆"이라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송 전 대표를 제명하거나 출당시키는 등 강한 조처를 해 쇄신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민주당이 국민과 당원의 정치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며 "썩은 환부를 도려낼 서슬푸른 메스를 들어야 한다. 도려낸 환부에 새살을 돋게 하는 방법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쇄신과 개혁을 하는 수밖에 없다. 눈물을 머금고 우리의 허물을 두배, 세배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 전 대표는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 연구교수로 체류 중으로,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오는 22일(현지시간)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