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 앞에서 나들이 복장을 한 중장년층 10여명이 01번 버스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버스는 승객들로 가득찼고 이들은 모두 청와대 입구에서 하차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앞과 정원은 단체관광객들과 수학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부가 다음달 개방 1주년을 맞는 청와대를 ‘K-관광 랜드마크’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경복궁·서촌·북촌·북악산 등과 연계해 새로운 서울의 핵심 관광축들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핵심은 개방 후 지난 1년 간 풍광 중심의 ‘정적 관람’에서 다양한 테마를 바탕으로 한 ‘동적 관광’으로의 변화다.
"청와대 관람하고 바로 북악산 등산"

10개의 관광코스는 청와대를 기점과 종점으로 해 조선왕실·건축물·전통문화·근현대미술·문학 등 다양한 테마를 경험하며 걸을 수 있도록 짜여졌다. 일례로 8번 아트로드(근현대 미술)의 경우엔 박노수미술관에서 시작돼 △갤러리 시몬 △아트스페이스 3 △대림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코스다. 4번 K-클라이밍(자연코스/웰니스)의 경우엔 5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 뒷길을 따라 북악산에 오르는코스로 청와대 관람과 북악산 등산을 결합했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서울은 도심에서 양복을 입고 있다가 바로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산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수도”라며 “북악산, 인왕산 등 청와대와 연계한 ‘K-클라이밍’은 외국인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자체 콘텐츠도 업그레이드
인근과의 연계 뿐 아니라 다양한 전시회와 문화 공연을 통해 청와대 자체 관람도 업그레이드한다. 박 장관은 “조만간 청와대 본관에선 역대 대통령 12명의 역사 전시가 열린다”며 “과거엔 볼 수 없었던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 정원의 대통령 기념식수 35그루를 포함해 5만여 그루의 나무와 꽃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대통령의 나무들’, ‘숨은 나무 찾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다음달엔 개방 1주년 특별음악회를 비롯해 클래식 음악회, 전통무용과 국악관현악 공연 등이 예정돼있다.이날 선포식 이후 열린 좌담회에선 대한민국 최고권력의 집무실이었던 청와대가 외국인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란 기대가 잇따라 나왔다. 벨기에 출신의 방송인 줄리안씨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코로나19 전후로 180도 달라졌다”며 “이전엔 동남아시아 중심의 K팝 팬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한국의 매력에 푹 빠져서 온 중장년층의 서양 여행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청와대가 소구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도서 관련 유튜버 서매리씨는 “흔히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에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다”며 “청와대 권역 관광 코스가 K-관광과 K-여행을 알리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