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농어촌 의료공백 해법 될 '의무사관학교·공공의사연금'
‘필수의료’ 논의가 한창이다. 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어드는 분야에서 공급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소아과만큼이나 큰 문제는 농어촌 지역 의료 공급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지만, 농어촌 의료공백의 대안이 마련될지 의문이다.

왜 의사들은 농어촌 근무를 기피하는 것일까? 의사도 의사이기 이전에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자녀들을 교육해야 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MZ세대 의사들이 덜 힘든 일을 찾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은 세대의 일반적인 특성일 뿐이다.

다른 이유가 더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수술을 하고 싶어도 환자가 없어서 수술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런 지역에는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젊은 의사들이 갈 수가 없다. 또 환자가 없다보니 수술할 의사뿐 아니라 마취과 의사, 수술방 간호사, 회복실 간호사, 중환자실 간호사, 야간에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어야 하는 방사선사까지 모든 분야의 인력이 부족하다. 그러니 자꾸 전원이 되고 수술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제약조건을 극복하면서 인력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의 욕구와 교환할 만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특히 소아과나 일부 기피과 문제는 수가 인상이 해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가진 특성, 자유와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특징을 감안하면 급여 인상만으로 농어촌 근무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의대 정원을 두 배로 늘린다면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증원된 의사들이 농어촌 근무를 선택한다는 보장도 없고 증원이 현실적이지도 않다.

이런 인센티브 방식으로는 농어촌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다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 배치와 발령을 할 수 있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본인이 근무지를 택하게 할 경우에는 여전히 기피 지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의 배치와 명령에 따르는 의사들에게는 그만큼의 보상도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인센티브는 신분보장과 ‘상당한 수준의 연금’이다.

이를 위해 ‘의무사관학교’와 ‘공공의사연금’을 제안한다. 군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직 공무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공무원법의 틀 안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다. 특별법으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필수의료특별법을 만들고 그 안에 포함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보건복지부에 필수의료총괄과가 있으니 관리할 주무부서도 있는 셈이다.

의무사관학교 졸업생은 의사면허시험을 졸업시험으로 대체해 조기 퇴직 후 민간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연수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일부는 우주항공의학이나 생물학적 테러 대응기술 연구 등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초의학 연구 분야에 종사하도록 독려할 수도 있다. 정원은 100명 정도는 돼야 대형병원과 농어촌 현장에 교대로 근무할 수 있다.

의사 인력만 보강한다고 해서 농어촌 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공공간호사관학교’ ‘공공의료기사사관학교’ 등 필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공공의료종합사관학교’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공공의전원과 같은 대학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철학과 사명이 분명한 사관학교가 필요하다.

강력한 책무와 확실한 인센티브를 교환할 때만이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헌신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20세가 넘으면 윤리적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장기려 선생님’을, ‘이태석 신부님’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 갈 수 있는 학교가 만들어질 때 필수의료는 해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