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넘어 셰프 꿈 향해 뚜벅뚜벅…"하나씩 벽 깨고 싶어요"
장애인의날을 하루 앞둔 19일 SPC가 운영하는 서울 한남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라에서 3급 지적장애인 서장수 사원(25·사진)을 만났다. 그의 손놀림은 느리지만 꼼꼼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파스타면을 소분하고 조개를 해감하는 등 그날 쓰일 식재료를 손질하고 틈틈이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서 사원은 5년째 이곳에서 근무 중이다.

3급 지적장애는 교육을 통해 사회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겉으로 보면 비(非)장애인과 비슷하다. 환경과 교육이 받쳐준다면 구분이 매우 힘들 정도다.

서 사원도 그랬다. “바쁘면 퇴근 시간이 빨리 오는 것 같아서 더 좋아요.”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아 제빵 동아리 활동을 했다. 대학에서는 호텔조리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한국제과학교에서 1년간 실무교육도 마쳤다. 서 사원은 2018년 11월 26일, 어엿한 직장인으로 첫 출근을 했다.

사회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출근 첫날 하필 레스토랑에 유난히 손님이 몰려들어 업무가 물밀듯 쏟아졌다. 설거지가 익숙지 않아 진땀을 뺐다. 처음엔 꾸중도 많이 들었다.

서 사원이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갈 수 있었던 건 어머니와 누나의 지원 덕분이다. 그는 “엄마와 누나가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줬다”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직장에 잘 녹아들 수 있었던 데는 동료들의 역할도 컸다. 직장 동료들은 남들보다 느린 그의 속도를 이해해줬다. 퇴근 후 술자리를 함께하는 등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그의 적응을 돕는다.

서 사원의 롤모델은 이 매장 안나영 점장이다. “일할 때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점장님을 닮고 싶어요. 지금 일터에서 점장님과 오래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서 사원과 같은 지적장애인이 현장에서 무리 없이 일할 수 있는 데엔 SPC가 적극적인 장애인 직원 고용 정책을 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장애인에게 업무를 맡기는 데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제는 장애인 채용에 거리낌 없는 분위기가 안착했다.

베라 한남점만 하더라도 서 사원을 포함해 두 명의 장애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 다른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그릴리아 양재점에는 근속기간이 10년에 달하는 장애인 직원도 있다.

SPC그룹 계열사의 장애인 직원 고용률은 법정 의무고용률(상시근로자의 3.1%)을 웃돈다.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의 장애인 고용률은 6.6%에 달한다.

목표를 묻자 서 사원은 “벽을 하나씩 깨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은 조리 보조 업무를 하고 있지만, 레스토랑의 메뉴 조리법을 차례로 익혀 모두에게 인정받는 직업인이 되고 싶다는 의미다.

함께 일하는 셰프들에게 틈틈이 파스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집에서 어머니를 위해 봉골레를 만들었다. 그는 “스테이크까지 섭렵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언젠가 어머니가 운영하는 반찬가게에서 양식 요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글=양지윤 기자/사진=강은구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