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광둥성 둥관 R&D센터에 이 회사가 개발한 전기차 아이토가 전시돼 있다. 강현우 기자
화웨이의 광둥성 둥관 R&D센터에 이 회사가 개발한 전기차 아이토가 전시돼 있다. 강현우 기자
지난 19일 중국 광둥성 둥관의 화웨이 연구개발(R&D)센터. 약 125만㎡의 부지에 2018년 완공된 이 곳은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R&D에 대한 집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시설이다.

2만5000여명의 연구 인력들은 유럽의 도시 이름을 딴 12개 단지에 각각 분산해서 근무한다. 각 단지는 하나의 R&D 본부다. 통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화웨이 주력 사업의 연구가 대부분 이 곳에서 진행된다.

단지들에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영국 옥스퍼드, 이탈리아 볼로냐 등 각국에서 대학이 가장 먼저 들어선 도시의 이름을 붙였다. 각 단지에는 도시의 성이나 대학 등 그 지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과 정원이 들어서 있다. 각 단지 사이는 빨간색 전기 트램이 운행한다. 단지 위로 자동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은 트램을 주로 활용한다.
화웨이의 둥관 R&D센터 내에서 운행하는 빨간색 전기 트램. 화웨이 직원이 볼로냐역 표지판을 가리키고 있다. 강현우 기자
화웨이의 둥관 R&D센터 내에서 운행하는 빨간색 전기 트램. 화웨이 직원이 볼로냐역 표지판을 가리키고 있다. 강현우 기자
회사 관계자는 "런 CEO는 언제나 직원들에게 유럽과 미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각 단지에 유럽의 연구 중심 도시 이름을 붙인 것도 연구를 중시하는 문화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의 작년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20만7000여명. 이 가운데 55%인 11만4000명이 연구 인력이다. 본사가 있는 선전에는 둥관보다 더 큰 132만㎡ 규모의 연구소가 있다. 상하이에선 스마트카 연구소를 별도로 운영한다.

화웨이는 지난해 1615억위안(약 31조140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전체 매출의 25.1%에 달하는 금액이다. 금액과 비율 모두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제재를 R&D로 뚫겠다는 전략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말 발간한 'R&D스코어보드 2022'에 따르면 화웨이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R&D 지출 규모 4위에 올랐다. 미국의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다음이다. 애플, 삼성전자, 폭스바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이후 78종의 핵심 기술을 선정해 독자 개발에 나섰다. 이후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의 핵심 중 하나인 고성능 반도체 설계소프트웨어(EDA)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11종의 기술을 개발했다. 또 자사 제품의 핵심 부품 1만3000여개를 국산으로 교체하고, 회로기판 4000여종을 재설계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0.9% 커진 6423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 -28.6% 급감했던 매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지난해 순이익은 69% 감소한 356억위안에 그쳤다.

둥관=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