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꿈꾸게 만드는 마법 같은 영화 '비기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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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 읽기
어떤 영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항상 하는 대답이 있다. “많은 영화를 좋아해요. 잘 만들어진 보석 같은 영화들은 무수히 많죠. 그러나 정말 자신과 싱크로율이 높고 마음을 울리는 각자의 영화들이 있을 거예요.”좋은 영화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어떤 고차원적인 메시지가 없는 오락영화라 하더라도 현실의 우울함을 두 시간 동안 잊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훌륭한 작품일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가 삶에 영향을 주고 안 하던 행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만든다면 그 작품은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그런 작품이 마이크 밀스 감독의 '비기너스'다. '비기너스'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상실감에 빠진 올리버(이완 맥그리거)는 파티에서 애나(멜라니 로랑)를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플롯만 놓고 말한다면 그다지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 영화는 일러스트 작가인 올리버의 개성 넘치는 내레이션이 주를 이룬다. 독특한 개성의 내레이션 화면들은 이 영화를 감독의 사적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도 만든다. 안정적인 집이 없이 낯선 호텔을 전전하는 여배우 애나도 불안정한 인물이다.
상처가 너무 많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조심한다. 불안형과 불안형의 만남은 보통의 로맨스 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는 관계의 현실적인 모습이라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얼핏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정작 영화가 끝나고 나면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캐릭터는 올리버도 애나도 아닌 올리버의 아버지 할(크리스토퍼 플러머)이다.
그는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남은 인생을 솔직하게 살겠다며 75살의 나이에 커밍아웃을 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남은 삶을 행복해지기 위해 게이 커뮤니티에도 나가고 애인인 남자친구도 만들고 만남을 이어간다.
올리버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 속에서 슬픔에 잠겨 애나와도 멀어진 후 다시 재회한다.
할은 끝까지 행복해지려는 마음,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사랑받으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당장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 과거의 상처로 헤매는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