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채용강요·고용세습 형사처벌한다...고용부 '공정채용법' 추진
고용부가 기업의 채용비리, 노조의 채용 강요와 고용 세습 등에 대해 징역형 등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공정채용법'의 입법을 추진한다. 채용 현장에서 불거지는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는 현행 채용절차법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고 처벌 공백도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0일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관련 브리핑'에서 "기업의 채용비리, 노조의 고용세습, 채용강요를 근절하기 위해 불공정 채용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공정채용법의 입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정채용법 입법은 지난해 윤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 현행 채용절차법이 △거짓 채용광고 금지 △구직자에 대한 개인정보요구 금지 △채용서류 반환 의무 등 취업 준비생을 소극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에 그치고 처벌 수위도 약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허위 채용공고를 제외한 다른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규정만을 두고 있다.

특히 건설노조가 다른 노조 조합원을 채용했다는 이유로 집회·시위를 하는 등 고질적인 채용 강요를 한 정황이 잇달아 적발되면서, 공정채용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채용강요 행위에 대해 변변찮은 처벌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형법상 강요죄를 적용해야하는데 고용부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고용부는 고육지책으로 '채용절차법'을 적용해 단속해 왔다. 하지만 현행 채용절차법은 부당 채용 강요에 대해서도 과태료(최대 1500만원)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채용절차법 지도점검에 나서면서 71개 건설현장을 점검해 채용강요 정황이 의심되는 4건의 건설현장을 적발했지만, 과태료 부과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이에 고용부도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건설노조 채용 강요에 대해 형사처벌로 규율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공정채용법 추진은 그 일환으로 보인다.

결국 공정채용법에서는 '처벌 규정 강화'가 핵심 골자다. 이 장관은 "현행 채용절차법은 과태료 규정으로 운용되는 탓에 한계가 있다"며 "법적인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소속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들의 자녀들을 우선 채용하는 '고용 세습'에 대해서도 형사 처벌하는 규정이 담길 전망이다.

현행 법상 고용부는 고용 세습 규정이 담긴 단체협약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를 어겨도 벌금 최대 500만원을 부과하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단체협약의 일반적인 유효기간인 2년에 1번 정도만 벌금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사실상 거대 노조의 부당 관행을 바꾸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채용법이 입법되면 세습 규정에 대해 단체협약 시정명령과 별도로 노사 양측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게 가능해 진다.

이 경우 공정채용법은 노조의 고용세습, 채용 강요, 기업의 채용비리 등 채용 불공정 행위까지 종합적으로 규율하는 법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30인 이상 기업에만 적용되는 현행 채용절차법의 적용 범위도 30인 미만 기업까지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채용절차법 개정 정도가 아니라 제정 수준의 대폭 개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채용 세습, 채용 강요, 금품수수,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에 국민의 관심 높다"며 "의견 수렴을 거쳐서 빠른 시일 내에 입법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도 "청년·노사단체를 만나면서 의견을 더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할 때에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므로 '채용 공정'의 의미를 정확하게 규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