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24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분양받은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함께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24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분양받은 은퇴 안내견 '새롬이'와 함께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개 식용 논란에 핵심 이해당사자인 대한육견협회(이하 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종식에 재차 목소리를 높이자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협회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영부인 김 여사는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통령을 내조하는 사람이므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그러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단체인 동물보호단체의 편을 들어서 개고기를 금지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 활동이고 월권이고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 때문에 탄핵당했고, 마찬가지로 김 여사가 윤 대통령 대신 정치하면 윤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한다"면서 "김 여사가 개고기를 근절시키겠다고 하자 태영호, 김민석 의원이 앞장서 개고기 식용 금지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는 등 식용견 농민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협회는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동물보호단체 세력이 커지자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개 식용 종식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권 및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단순히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개 식용을 금지한다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다.

협회는 "이런 식이라면 불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불교를 없애도 되고,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기독교를 없애도 된다"며 "서로 다른 종교도 공존하고 있고, 헌법도 한쪽이 많다고 해 다른 쪽을 억압하거나 없애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고기만 '사회적 합의'니, '특별법'이니 하는 구차하고 치사한 방법을 사용하여 금지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했다.

협회는 개 식용을 금지하게 되면 식용견을 키우는 농민을 비롯한 여러 이해당사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또 개 식용 금지는 백인에게 굴종하는 사대주의라고 주장하면서 유럽 활동 중 한국의 개 식용 문화로 인종차별을 겪은 축구선수 손흥민을 언급하기도 했다. "손흥민도 가만히 있는데, 이런 부끄러운 정권을 누가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 입학식에 참석한 뒤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입양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조영숙 교장에게 소개하며 쓰다듬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 입학식에 참석한 뒤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입양한 '은퇴 안내견' 새롬이를 조영숙 교장에게 소개하며 쓰다듬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제공
지난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최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개 식용을 정부 임기 내에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 그것이 저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물권 보호에 특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단독 인터뷰에서도 개 식용 종식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1980년대부터 해마다 등장하는 해묵은 논란이었던 개 식용 문제는 김 여사의 언급 이후로 다시 논의에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개나 고양이를 도살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지난 13일 개 식용 논란을 끝내기 위해 당 차원에서 특별법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법을 '손흥민 차별 예방법'이라고 명명했다. "손흥민에 대한 차별과 야유 소재가 된 개 식용을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의 상대로 만난 구단의 일부 팬들은 온라인상에서 손흥민을 향해 심한 인종차별을 자행해왔다. 2021년 4월 손흥민에게 "집에 돌아가서 개고기나 먹어라" 등 인종 차별성 악성 댓글을 남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 12명은 영국 경찰의 추적 끝에 결국 사과문을 쓰기도 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만 해도 후반전 투입된 손흥민의 골로 패배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들의 인종차별이 논란이 됐었다. 이때도 웨스트햄 일부 팬들은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다" 등 손흥민과 한국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토트넘은 공식 채널을 통해 "경기 중 손흥민을 향한 부끄러운 온라인 인종차별을 인지했다"며 관계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