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열릴 유럽혈액학회(EHA)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를 앞두고 얀센의 BCMA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카빅티’의 임상 초록이 유출됐다. 경쟁 의약품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베크마’ 대비 우수해 세부 결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카빅티 임상 3상(CARTITUDE-4)의 결과를 담은 초록 데이터가 EHA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9일(미국 시간) 유출됐다. 유출된 결과에 따르면 카빅티는 앞서 1~3회 이상 치료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사망 위험을 표준치료법보다 74% 감소시켰다. 환자의 몸에서 암이 사라지는 완전관해율(CR)은 73%였다. 암이 커지기 전까지의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은 23개월을 넘었다.

업계는 CARTITUDE-4와 앞서 공개된 아베크마의 임상 3상(KarMMA-3) 결과를 비교하며 흥분한 분위기다.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은 아니지만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KarMMA-3 결과를 보면 아베크마는 표준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51% 줄였다. CR은 39%였으며 PFS는 13.3개월이었다. CR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PFS 기간 또한 격차가 컸다. CARTITUDE-4의 PFS는 추적관찰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카빅티와 아베크마는 BCMA를 표적하는 CAR-T 치료제다. 항원수용체(항체)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임상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베크마는 ‘킴리아’나 ‘예스카타’와 같은 구조의 항원수용체를 이용했다. 중쇄(Heavy chain)과 경쇄(Light chain)로 구성된 일반적인 항체를 썼다.

이에 반해 카빅티는 단일 사슬로 구성된 이중항체로 BCMA를 표적한다. 이중항체의 표적은 2개 모두 BCMA다. BCMA 단백질 표면의 서로 다른 부위(epitope)에 결합한다.

국내 CAR-T 전문가인 최경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항체 2개로 BCMA를 표적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암 항원에 결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합부위가 서로 다른 것도 인식률과 결합력을 모두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최 교수는 “항체가 크고 복잡할수록 T세포에서 발현률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는데, 크기가 작은 단일사슬 항체를 이용한 덕분에 이 문제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아베크마 대비 길게 나타난 카빅티의 PFS는 강한 초기반응률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CAR-T 치료제 개발업체인 큐로셀의 김건수 대표는 “완전관해율이 높을수록 PFS가 증가한다”며 “암이 완전히 몸 안에서 사라진 환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재발률이 낮어지고, 재발하는 시점도 미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임상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CARTITUDE-4는 2~4차 요법으로 진행됐으며, KarMMA-3에서 아베크마는 3~5차 요법으로 쓰였다. 치료 단계가 늦을수록 저항성 및 불응성 환자가 많기 때문에 아베크마의 임상 조건이 보다 불리했다고 볼 수 있다. 환자를 모집한 기준에서도 BMS가 좀 더 예후가 나쁜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도준상 서울대 교수는 “이전부터 카빅티의 효능이 아베크마보다 더 우수하다는 언급이 임상 현장에서 많이 나왔다”며 “학회에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면, 아베크마와 카빅티의 우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카빅티를 공동개발한 중국 신약벤처 레전드바이오텍은 초록 유출 이후 개인 투자자로부터 2억달러(약 2650억원)를 투자받았다고 전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21일 8시 54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