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마진율 20%선 깨졌다…"차값 깎다 제살도 깎았다"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이상 급감하는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냈다. 테슬라가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가격 인하 전략의 후폭풍이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이상 늘었지만,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수익 지표(20% 이상 마진율)가 무너지며 수익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CNN은 “테슬라는 자신이 시작한 가격 전쟁의 희생자가 됐다”고 평했다.

○가격 인하 전략에 무너진 수익성

테슬라는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매출은 233억2900만달러(약 31조55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4.4% 늘었고, 시장 추정치(232억1000만달러)도 소폭 웃돌았다. 문제는 이익이었다. 1분기 순이익은 25억1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4.3% 줄었고, 시장 추정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주당순이익(EPS)도 0.85달러로 지난해 2분기(0.76달러) 후 가장 적었다.
테슬라, 마진율 20%선 깨졌다…"차값 깎다 제살도 깎았다"
테슬라의 1분기 실적에는 가격 인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테슬라가 가격을 낮추면서 1분기 자동차 매출 자체는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다. 테슬라의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42만2875대로 분기 기준 역대 최다였다. 그러나 이익 감소폭이 더 가팔랐기 때문에 1분기 매출총이익률(총마진율)은 19.3%로 시장 추정치(22.4%)를 밑돌았다. 매출총이익률이 20% 밑으로 떨어진 건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0년 4분기(19.2%) 후 처음이다.

테슬라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공격적인 가격 인하 행보를 이어 왔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도 미국 차량 가격을 또 내렸다. 이달에만 두 번째 인하 결정이고, 올해 들어 여섯 번째다. ‘모델Y’와 ‘모델3’ 가격은 올초보다 각각 20%, 11% 저렴해졌다. 그 결과 1분기 차량 인도 대수가 늘어나고 매출 자체가 증대하는 효과를 누렸을지 몰라도, 테슬라의 자부심이자 자존심이던 20%대의 고마진율을 희생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의 어닝쇼크에 대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마진 쇼크’를 냈다”고 평했다.

○테슬라 앞날 두고 엇갈리는 전망

테슬라는 수년 만에 처음으로 자동차 부문의 마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동차 마진율을 공개해왔다. 작년 4분기 자동차 마진율은 25.9%였다. 총마진율이 20% 아래로 밀렸다는 걸 감안하면, 1분기 자동차 마진율 역시 20% 아래로 주저앉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가 자동차 마진율을 감춘 걸 두고 머스크의 ‘일보 후퇴’라는 평까지 나온다. 올초만 해도 자동차 마진율이 20% 아래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분간 마진율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테슬라의 앞날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테슬라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이기 때문에 추후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고,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출시가 예정됐다는 데 기반한 낙관론이 나온다. 컨설팅회사 퍼빌리시스사피엔트의 알리사 알트먼 컨설턴트는 “전기차 고객 확보와 전기차 소프트웨어 개발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을 진 경쟁사들에 비해 이미 모든 준비를 해둔 테슬라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테슬라는 올해 18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고 매년 생산량을 5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전략을 앞으로도 이어간다면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토니 사코나기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가장 긴 모델Y 차량 가격을 낮췄다는 것은 다른 차량으로도 가격 인하 전략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과 경쟁하고 노후한 모델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테슬라가 가격을 더 낮춰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이날 장 마감 뒤 실적이 공개되자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07% 하락해 169.63달러로 밀렸다. 테슬라 주가는 올초 장중 101달러대까지 밀렸다가 2월에는 장중 210달러대를 돌파하는 등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여왔다.

김리안/김인엽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