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반도체 수요가 얼어붙은 탓이다.

TSMC는 20일 올해 1분기 매출이 5086억3297만대만달러(약 21조8700억원), 영업이익은 2312억3800만대만달러(약 9조943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3.6%, 3.3% 늘었다. 순이익은 2069억8700만대만달러(약 8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분기 순이익은 시장 추정치(1900억대만달러 안팎)를 소폭 웃돌았다. 하지만 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최근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월별 실적으로 보면 TSMC 부진 징후가 뚜렷해진다. TSMC의 지난 3월 매출은 1454억800만대만달러로 작년 1분기에 비해 15.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월매출이 줄어든 것은 2019년 5월 후 처음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실적 부진과 관련해 “예상보다 많은 반도체 재고가 시장 수요를 억제한 결과”라며 “이 같은 양상은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TSMC의 올해 하반기 사업 현황은 상반기보다는 좋아질 것으로 봤다. 장기적 수요를 고려해 투자를 이어갈 뜻도 밝혔다. 그는 유럽에 자동차용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했다. 외신들은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자동차용 반도체 설비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투자액은 작년 수준을 밑돌 전망이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320억~360억달러를 올해 설비투자 목표치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363억달러)보다 11.8% 줄어든 규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