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20일 오후 4시19분

전기요금 인상이 계속 미뤄지자 채권시장에서 일반 회사채가 외면받는 ‘구축 효과’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력 채권 등 AAA급 초우량채가 회사채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어서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한전채 발행 규모는 9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한전채를 쏟아낸 지난해(31조800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전채 발행 규모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요금 인상이 미뤄지면서 한전이 전력 구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찍고 있어서다. 만기가 돌아오는 한전채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올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한전채는 4조5000억원 규모다.

회사채 시장에선 A급 이하 비우량채를 중심으로 미매각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달 들어 KCC건설(A-), 동화기업(A-), 쌍용C&E(A) 등 기업이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한전채와 함께 은행채, 주택저당채권(MBS) 등 초우량채 발행도 늘어나 수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채가 한전채 물량과 합쳐지면 회사채 ‘구축효과’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채 만기 구조가 ‘단기화’하고 있다는 점도 경고하고 있다. 한전채는 통상 2·3·5·10년물 등으로 발행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모든 한전채는 2·3년물로 구성됐다. 시장 수요가 많은 단기물 위주로 발행한 결과다. 이 때문에 요금 정상화로 한전채 신규 발행 물량이 줄더라도 2~3년 후 한전채 차환 물량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