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막대한 수출을 바탕으로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미국에 설비투자를 늘리면서 국내로 들여오는 달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현대차, 들여오는 달러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63조원, 6000억원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0%, 95.8% 감소했다. 이 회사 주력 제품인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여파다.

1분기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209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2%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감소세(전년 동월 대비)를 이어갔다. 수요가 움츠러들면서 반도체 판매가격이 큰 폭으로 빠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89조6876억원어치를 수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얼어붙은 반도체 경기 여파로 지난해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미국 등 해외 법인으로부터 들여오는 달러가 줄어든 것도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해외 법인이 보관한 현금을 배당 형태로 국내로 들여온다. 하지만 두 회사가 최근 해외에서 상당한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하면서 배당으로 들여오는 달러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4년까지 공장을 완공해 2025년 칩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장 건설 비용이 처음 계획보다 80억달러가량 더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로보틱스 등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있어 현지에서 달러를 보유하면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