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일 한때 1330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막판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과 차익성 매물이 쏟아지면서 종가는 132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작년 말(1264원50전)과 비교하면 60원 가까이 뛰었다.

올 들어 미국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6개국 통화 대비 1.5% 하락)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한국 원화 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성장률 저하, 경상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가 원화 약세의 핵심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80전 오른 1329원50전으로 출발했다. 장중에는 1332원30전까지 뛰었다. 지난 3월 10일 기록한 이전 최고치(1329원대)를 뛰어넘었다. 환율이 장중 1330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29일(1342원) 이후 5개월 만이다. 연중 저점인 지난 2월 2일(1220원30전)과 비교하면 100원 넘게 오른 것이다. 다만 장 마감 전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환율은 전날보다 2원90전 내린 1322원80전에 마감했다.

환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원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4.4%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영국 파운드화(3.1%), 스위스 프랑(2.8%), 유로화(2.7%) 등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일본 엔화(-1.3%)도 절하폭이 미미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에서 2월만 놓고 보면 원화 가치 변화율(절하율)이 7.4%로 주요 34개국 중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만큼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환율 변동성도 커졌다. 2월에는 전일 대비 변동성이 평균 7원80전이었는데 3월엔 8원70전으로 확대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