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수백명 운집"…행사장 문 열리자 계단서 넘어지며 사람 깔려
1만원 받으려다가…비극으로 끝난 예멘 라마단 자선행사
최소 78명이 숨진 예멘 자선행사 압사 사고는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 발생했다.

무슬림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에는 일출부터 일몰 시까지 식사는 물론 물이나 음료수를 마셔서는 안 된다.

단식하면서 세속적이고 육체적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라마단의 기본 정신이다.

또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중시된다.

이 때문에 30일간의 라마단 기간에는 재력가가 어려운 이웃에게 현금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나눔 행사'가 자주 열린다.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19일(현지시간) 예멘의 수도 사나의 구시가지 밥 알-예멘 지역의 한 학교 뒷골목에는 이른 저녁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날 학교 뒷마당에서는 현금 5천 리알(약 1만원)을 나눠주는 자선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현지 사업가들로 구성된 주최 측은 별도의 신분 확인 없이 모두 돈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행사는 일주일 전부터 예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1만원 받으려다가…비극으로 끝난 예멘 라마단 자선행사
라마단 종료에 맞춰 성대한 잔치를 벌이는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며칠 앞둔 상황이어서 현지의 축제 분위기는 한껏 더 달아올랐다.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은 행사 시작 전 학교 뒷문 앞 골목에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린 모습을 방영했다.

행사 시작 시간이 되자 학교 뒷문이 열렸다.

순간 수백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학교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움직였고, 계단이 있는 지점에서 사람들이 넘어졌다.

한 현지 의료진은 로이터 통신에 "문이 열리는 순간 먼저 행사장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돌진했고, 입구 쪽 계단에서 연쇄적으로 사람이 깔렸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올라온 영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뒤엉킨 채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 애쓰는 장면이 담겼다.

모하메드 알후티 반군 최고 정치국 위원은 Saba 통신을 통해 "좁은 골목에 많은 사람이 몰렸다"며 주최 측에 책임을 돌렸다.

반군은 사고 책임을 물어 주최 측 인사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군의 발포가 사고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통제하던 반군이 허공에 발포했고, 이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기 시작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만, AFP 통신은 사고 현장에서 발포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반군은 현재 취재진과 유족의 사고 현장 접근을 막고 있다.

반군 보건부는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78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부상자는 139명으로 이 중 13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내전이 9년째 지속되는 예멘은 지구촌에서 가장 빈곤하고 민생고가 심한 곳 가운데 하나다.

유엔 보고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인 2천100만명이 인도주의 지원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1만원 받으려다가…비극으로 끝난 예멘 라마단 자선행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