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소품용 총을 발사해 촬영감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 형사 기소가 취하됐다.

20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등 현지 언론은 이렇게 보도하며 오는 5월 3일 예정된 재판에도 볼드윈은 기소 취하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함께 기소됐던 영화 제작사 역시 모든 혐의가 취소될 예정이다.

볼드윈의 변호인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기소 취하 결정에 만족한다"며 "이 비극적인 사고의 사실관계와 상황에 대한 적절한 조사를 권고한다"고 전했다.

다만 볼드윈을 기소했던 미국 뉴멕시코주 검찰은 해당 결정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할리우드를 충격에 빠뜨렸던 볼드윈의 소품용 총 발사 사건은 2021년 10월 뉴멕시코 샌타페이 세트장에서 촬영 중이던 영화 '러스트(Rust)' 리허설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볼드윈은 조감독 데이비드 할스가 '러스트' 소품 제작자에게 의뢰했던 3개의 소품 총 중 하나를 건네받았다. 볼드윈은 물론 할스 역시 총에 실탄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허설을 위해 방아쇠를 당기면서 실탄이 발사됐고, 총기의 실탄이 촬영 감독 헐리나 허친스의 가슴에 명중했다. 허친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근처에 있던 조엘 수자 감독도 다쳤다

뉴멕시코주 검찰은 올해 1월 볼드윈과 무기류 소품 관리자인 해나 쿠티에레즈 리드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볼드윈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줄곧 "소품용 총에 실탄이 장전된 줄 몰랐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리드가 소품용 총에 실탄이 장전된 것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조감독 할스가 자신에게 문제의 총이 콜드건(공포탄)이라고 말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자신은 이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자신이 방아쇠를 직접 당기지 않았는데도 오작동으로 총이 발사된 것 같다는 주장도 펼쳤다. 사고 직후 볼드윈은 "누군가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길 리 없다"며 "방아쇠를 당기지도 않았고, (피해자인) 촬영감독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인터뷰했다.

FBI는 이에 대해 지난해 8월 15일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서는 (실탄이) 발사될 수 없다"고 해당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다만 "피해자를 해칠 명백한 동기가 없다는 점을 포함해, 모든 정보를 고려하면 이번 사망 사건은 사고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볼드윈 측 변호인단은 성명을 통해 "FBI가 총기 시험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숨진 허친스 촬영감독의 유족은 볼드윈과 영화 제작자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10월 합의하고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러스트' 제작사 측은 사고 이후 중단된 영화 촬영을 몬태나주에 있는 촬영장(옐로우스톤필름랜치)에서 재개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