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4월, 히말라야산맥을 만든 단층선에서 리히터 규모 8.1의 지진이 발생했다. 무려 225㎞나 떨어진 에베레스트에서 산사태가 발생할 만큼 강력했다.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생존자들의 소식은 빠르게 전달됐다. 페이스북의 ‘세이프티 체크’ 기능이 안전을 묻는 알림을 보냈고, 1억5000만 명의 사람이 무사함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SNS의 두 얼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는 네팔 지진 사례와 같이 사회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사회운동이 가능하도록 돕기도 한다. 2015년 1월 프랑스에서 있었던 ‘내가 샤를리다’ 운동이 대표적이다. 총기로 무장한 알카에다 요원들이 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파리 지부를 공격해 12명이 사망하고 11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 공격 이후 트위터에는 #jesuischarlie라는 해시태그가 가장 많이 달렸다. 총격 3일 만에 70만 명의 프랑스인이 거리로 나왔고, 4일째에는 그 수가 200만 명으로 늘었다. 이런 대규모 시위는 협력과 조율 없이는 불가능하다.

물론 시위의 확산이 SNS의 역할과 인과관계로 연결돼 있는지는 보다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집트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홍콩 등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사회운동은 SNS 없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SNS는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 2019년 3월 15일 총기로 무장한 인종차별주의자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이슬람 사원을 총기로 공격하면서 이를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사람들은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보듯 50명이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해야 했다. 지난 16일 우리나라에서도 10대 여학생의 자살이 라이브 방송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불평등한 SNS의 혜택

SNS는 누군가에게 경제적 기회와 사회적 신분 이동 수단이 되지만 이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네이선 이글과 마이클 메이시는 영국의 전 국민 전화 통화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다른 자료와 결합해 6800만 명의 통화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안에서 약하지만 더 다양한 유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더 높은 사회 경제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문제는 그 혜택이 일부 계층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콜드웰과 니콜라이 하몬은 더 나은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이 임금협상에서도 더 나았고, 일자리 이동도 활발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주로 숙련도가 높은 직원에게 돌아갔다. 특별한 기술을 가진 직원은 평균적인 직원에 비해 2배의 임금을 받았고, 기술수준이 가장 낮은 직원에 비해서는 5배를 받았다.

SNS에 대한 관리 필요

SNS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회에 도움이 되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늘어나자 SNS 사용에 하루 5센트 세금을 부과하고, 전자화폐에서는 5% 세금을 부과했다. 그 결과 규제 6개월 만에 인터넷 사용률은 26% 감소하고, 경제성장률과 고용 및 기업 매출에도 직간접적인 부정적 효과가 이어졌다. 러시아에서는 아예 금지하기도 했다. 2016년 이른바 ‘빅브라더 법’을 제정해 SNS로부터 다양한 국민 데이터를 수집할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텔레그램이 끝까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러시아 정부는 사용을 금지해버렸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텔레그램 사용 금지 이후 더 많은 러시아인이 가상 사설 네트워크(vpn)에 접속하기 시작했고, 러시아 내에서 왓츠앱, 바이버와 더불어 세 번째로 인기 있는 메신저 앱으로 성장했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이처럼 단순한 사용 금지나 일괄 규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권위주의 정권은 가능할 것 같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를 야기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결국 SNS의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이 능사가 아니다. SNS를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한다. 규범적 요소와 이를 반영할 다양한 코드, 통합적인 법의 접근이 필요하다. 구체적 형태가 무엇이든 이론으로 시작해 경험으로 마무리돼야 한다. SNS와 정책 의사결정자, 전문가, 일반 사용자의 협력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SNS가 좋은지 나쁜지 따지는 게 아니라 이를 사회에 좋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