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원전 몽니부리는 미국…정상회담서 꼬인 실타래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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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시공·가격 등 원전 제조 경쟁력은 한국이 ‘최고’”
미국, 사고 이후 원전 건설 중단했다가 생태계 붕괴
원전 동맹 맺자더니…수주전에서 몽니 부리는 미국 문재인 정부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에너지원이라고 했던 원자력이 다시 부상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풍랑이 거센 유럽의 북해 지역에 갑자기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해상 풍력발전소 가동이 멈췄고, 이로 인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영국에서는 그해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죠.
이듬해 치러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거칠게 밀어붙인 탓에 붕괴되기 직전이던 원전 산업계에 돌파구가 열린 것입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2년마다 나오는 전력수급계획에 장기적인 발전원별 계획이 담기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나온 전력수급계획에선 신규 원전이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신규 원전에 들어가는 기자재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유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전력수급계획을 보고 투자했던 기업은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은 투자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정권이 바뀐 뒤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은 게 확인된 점은 다행스럽습니다.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갈 주기기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석달만인 작년 8월 논의가 시작된 뒤 8개월만에 최종 계약 체결까지 이뤄진 겁니다. 앞서 작년 7월에는 이집트 엘바다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들이 3조원 규모의 기기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죠. 생태계가 무너졌다면 정권 교체 1년만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려고 산업 생태계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충분히 검토해볼법한 정책이었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탈원전 정책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2021년 에너지대란, 지난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질 등으로 홍역을 치른 독일은 여전히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정책을 밀어붙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 분야 하나를 사라지게 할 뻔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일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원전 관련 종목들의 주가만 보면 2020년 이후 고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도 전인 2021년 11월 전에 찍습니다. 2021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전 동맹이 맺어지면서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글로벌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늘리자는 게 원전 동맹의 골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가동 중인 미국이 한국과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요. 바로 자국 내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계기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입니다. 이 사고는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세계 3대 원전사고로 꼽힙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미국은 자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취소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원전 제조업 기반이 붕괴됐다”며 “미국 내 원전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 수출 시작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게 됐다. 미국은 경남 창원시에 원전 제조시설을 갖춘 한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 전세계 원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수로 중 3세대 신형 원자로 완공 경험 측면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에 있다”며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설계 등 핵심분야가 수직통합돼 있어 효율적이고 100% 자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직접적인 경쟁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시공 경험이 부족합니다. 미국에서 30년만에 건설승인이 난 웨스팅하우스의 보그틀 3·4호기는 완공이 예상보다 7년 이상 지연됐고, 프랑스 기술로 건설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의 가동은 계획 대비 13년 늦어졌다고 합니다.
한국 원전 산업계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김수진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으면 입이 벌어집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주시 한전의 입찰금액이 프랑스 아레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저가 수주 논란도 있었으나, 수익성에 문제가 없어 3호기까지 완공했다”며 “바라카 원전의 건설 단가는 동일 모델(APR1400)로 건설된 국내 신고리 3·4호기 대비 2배 가량 높아 해외 사업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마진 확보가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저가 경쟁을 일으켜온 중국보다도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가 더 저렴하다고 해요. 세계원자력협회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금융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원전 건설 단가(오버나이트 코스트)는 한국이 킬로와트(KW)당 3571달러로, 중국의 4174달러보다 14% 가량 낮습니다.
다만 또 다른 글로벌 원전 수주 경쟁력 평가 분야 중 하나인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부분은 한국의 약점입니다. 앞서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국으로 미국과 프랑스를 지목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에서 발주되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 미국, 프랑스가 수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정치가 원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데, 우리 입장에서 한미 원전 동맹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직 한미 원전 동맹이 수주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주전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죠. 최근 폴란드가 발주한 1단계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한국과 경쟁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습니다.
현재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몽니를 부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작년 10월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의 원천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며 ‘미국의 동의 없는 한국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원전동맹을 재확인한지 불과 5개월 후 일입니다.
이 소송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미국 정부의 몽니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미국 규정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된 정보를 작년 말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했는데, 에너지부는 “신고는 미국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반려했다는 겁니다. 자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야 신고를 받아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한국 반도체기업에 보조금을 많이 주겠다며 미국 현지 투자를 유혹해놓고, 정작 한국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자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업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모습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것이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과 공동으로 수주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아직 없지만, 공동 수주 관련 논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공동 수주 활동 이외에 한국 기업이 미국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것도 동맹에 따른 협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전업계는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분쟁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입니다.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국내 주식시장의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포함되기도 했고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상들이 전반적으로 판단해 포괄적인 협력 방안이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양국 정부 간에 관련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마켓 트렌드 | 한경우의 케이스스터디
“시공·가격 등 원전 제조 경쟁력은 한국이 ‘최고’”
미국, 사고 이후 원전 건설 중단했다가 생태계 붕괴
원전 동맹 맺자더니…수주전에서 몽니 부리는 미국 문재인 정부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에너지원이라고 했던 원자력이 다시 부상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졌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풍랑이 거센 유럽의 북해 지역에 갑자기 바람이 불지 않으면서 해상 풍력발전소 가동이 멈췄고, 이로 인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영국에서는 그해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전망이 나오기도 했죠.
이듬해 치러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거칠게 밀어붙인 탓에 붕괴되기 직전이던 원전 산업계에 돌파구가 열린 것입니다.
한국도 원전 신설 중단 뒤 생태계 붕괴된 미국 전철 밟을 뻔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인 탓에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됐다는 평가가 불편할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전 정권 당시 정부 측은 시민 참여형 사회문제 해결 모델인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했고, 원전 해체 비즈니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했다고 항변했습니다.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2년마다 나오는 전력수급계획에 장기적인 발전원별 계획이 담기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나온 전력수급계획에선 신규 원전이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신규 원전에 들어가는 기자재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유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전력수급계획을 보고 투자했던 기업은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은 투자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정권이 바뀐 뒤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은 게 확인된 점은 다행스럽습니다.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갈 주기기 공급 계약을 맺습니다. 정권 교체 이후 석달만인 작년 8월 논의가 시작된 뒤 8개월만에 최종 계약 체결까지 이뤄진 겁니다. 앞서 작년 7월에는 이집트 엘바다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들이 3조원 규모의 기기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죠. 생태계가 무너졌다면 정권 교체 1년만에 일어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려고 산업 생태계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엔 충분히 검토해볼법한 정책이었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탈원전 정책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2021년 에너지대란, 지난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질 등으로 홍역을 치른 독일은 여전히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정책을 밀어붙여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산업 분야 하나를 사라지게 할 뻔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일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원전 관련 종목들의 주가만 보면 2020년 이후 고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도 전인 2021년 11월 전에 찍습니다. 2021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전 동맹이 맺어지면서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글로벌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늘리자는 게 원전 동맹의 골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가동 중인 미국이 한국과 손을 잡은 이유는 뭘까요. 바로 자국 내 원전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계기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입니다. 이 사고는 체르노빌·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세계 3대 원전사고로 꼽힙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미국은 자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취소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원전 제조업 기반이 붕괴됐다”며 “미국 내 원전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 수출 시작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게 됐다. 미국은 경남 창원시에 원전 제조시설을 갖춘 한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 원전 산업계의 시공능력·가격경쟁력은 글로벌 ‘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원전 제조 역량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전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정도가 꼽힙니다. 한국은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합니다.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 전세계 원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수로 중 3세대 신형 원자로 완공 경험 측면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에 있다”며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설계 등 핵심분야가 수직통합돼 있어 효율적이고 100% 자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직접적인 경쟁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시공 경험이 부족합니다. 미국에서 30년만에 건설승인이 난 웨스팅하우스의 보그틀 3·4호기는 완공이 예상보다 7년 이상 지연됐고, 프랑스 기술로 건설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의 가동은 계획 대비 13년 늦어졌다고 합니다.
한국 원전 산업계의 가격 경쟁력에 대한 김수진 연구위원의 설명을 들으면 입이 벌어집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수주시 한전의 입찰금액이 프랑스 아레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저가 수주 논란도 있었으나, 수익성에 문제가 없어 3호기까지 완공했다”며 “바라카 원전의 건설 단가는 동일 모델(APR1400)로 건설된 국내 신고리 3·4호기 대비 2배 가량 높아 해외 사업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마진 확보가 가능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저가 경쟁을 일으켜온 중국보다도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가 더 저렴하다고 해요. 세계원자력협회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금융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원전 건설 단가(오버나이트 코스트)는 한국이 킬로와트(KW)당 3571달러로, 중국의 4174달러보다 14% 가량 낮습니다.
다만 또 다른 글로벌 원전 수주 경쟁력 평가 분야 중 하나인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부분은 한국의 약점입니다. 앞서 원전 수주전에서 우리의 직접적인 경쟁국으로 미국과 프랑스를 지목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에서 발주되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 미국, 프랑스가 수주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정치가 원전 수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인데, 우리 입장에서 한미 원전 동맹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수원에 몽니부리는 미국…정상회담서 꼬인 실타래 풀릴까
미국과 원전 동맹을 맺었는데, 수주전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말도 이상할 겁니다. 한미는 2021년 5월에 처음 원전 동맹을 맺고, 정확히 1년 뒤인 작년 5월 새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나온 공동성명에서도 원전 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하지만 아직 한미 원전 동맹이 수주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주전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죠. 최근 폴란드가 발주한 1단계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한국과 경쟁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했습니다.
현재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는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몽니를 부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작년 10월 한국형 원전 모델인 APR1400의 원천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며 ‘미국의 동의 없는 한국의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원전동맹을 재확인한지 불과 5개월 후 일입니다.
이 소송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미국 정부의 몽니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미국 규정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사업 입찰과 관련된 정보를 작년 말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했는데, 에너지부는 “신고는 미국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반려했다는 겁니다. 자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야 신고를 받아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한국 반도체기업에 보조금을 많이 주겠다며 미국 현지 투자를 유혹해놓고, 정작 한국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자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업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모습과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하는 것이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과 공동으로 수주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아직 없지만, 공동 수주 관련 논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공동 수주 활동 이외에 한국 기업이 미국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것도 동맹에 따른 협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전업계는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분쟁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입니다.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 국내 주식시장의 ‘원전 대장주’로 꼽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포함되기도 했고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관련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상들이 전반적으로 판단해 포괄적인 협력 방안이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양국 정부 간에 관련된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