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올해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5조8000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신용 대출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시장이 초강세를 보이자 고금리 대출로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한 것이다. 신용공여 규제 한도가 찬 일부 증권사가 개인 대출을 중단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주식 신용잔액 20조원 돌파

코스닥 몰리는 '빚투 개미'…증권사 '대출 중단' 잇따라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신용잔액은 2조7008억원 급증했다. 올해 개인투자자 코스닥 순매수액(5조8812억원)의 45.9%에 달한다. 코스닥 총 신용잔액은 10조4617억원으로 이달 들어 10조원을 돌파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신용잔액도 9조8245억원으로 1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개인들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62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신용잔액도 1조668억원가량 늘었다.

이처럼 빚투가 급증한 것은 유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주식 광풍이 불었던 2020년 코스닥 순매수액에서 신용잔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였다. 2021년에는 12.7%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도 개인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8조6498억원어치에 달했지만, 신용잔액은 3조4401억원 감소했다.

올 들어 몇 배씩 급등하는 2차전지 관련주가 속출하자 빚을 내면서 추격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곳곳에서 수익 인증글이 올라오고, ‘나 혼자 소외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확대되면서 3월 들어 신용잔액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한투·IBK 신용대출 중단

빚투가 불어나면서 개인 대출을 아예 중단하는 증권사들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되는데, 대출이 급증하면서 한도가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부터 신용 융자 신규 매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IBK투자증권도 지난 10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대출해주는 유통융자 주문을 중단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신용 대출 시 담보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존 40~55%에서 30~45%로 낮추고 현금 비중을 10%포인트 올렸다.

증권업계는 개인들의 신용거래가 증시 하락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촉발하고, 반대매매가 다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2거래일 연속 하락한 코스닥지수가 약세를 지속할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가 급락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 들어 30% 넘게 오르며 900선을 돌파했던 코스닥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91% 하락한 868.92에 장을 마쳤다.

개인 매수세로 급등한 종목들의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코스닥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인 에코프로는 신용잔액이 1350억원에 달한다. 에코프로는 올 들어 주가가 5배 넘게 올랐다. 순매수 2위 에코프로비엠도 신용잔액이 4056억원에 육박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