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아닌 논리로 해결한 日열차 참사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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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
마쓰모토 하지무 지음
김현욱 옮김
글항아리
424쪽│2만1000원
마쓰모토 하지무 지음
김현욱 옮김
글항아리
424쪽│2만1000원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19분.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기차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곡선 구간을 시속 116㎞로 들어가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선두의 두 칸이 선로 옆 아파트와 부딪혔다. 107명이 죽고 562명이 다쳤다. 아사노 야사카즈는 이날 아내와 여동생을 잃었다. 그의 딸은 중상을 입었다.
“차장 및 관제사와의 무선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웠던 점, 일근 교육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며 변명을 생각했던 점으로 인해 운전에 대한 주의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토교통성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로부터 2년2개월이 지나 발표한 보고서다. 사고 원인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23세 열차 운전사의 개인적 실책이 됐다.
<궤도 이탈>은 사고 후 10년 동안 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JR서일본)에 맞서 사고 원인을 파헤친 아사노의 행적을 기록했다. 고베신문 기자였던 마쓰모토 하지무가 사고를 둘러싼 정보를 모은 ‘논픽션 저널리즘’이다. 아사노는 사고를 구조적인 문제로 봤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JR서일본은 영업 실적을 위해 배차 간격을 줄이고 운행 속도를 높였다. 애당초 정시 운행이 불가능한 열차 시간표를 편성한 것이었다. 운행이 지연되면 운전사에게 선로 정리를 시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일근 교육’을 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사노는 감정싸움 대신 이성과 논리를 선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뛰어넘어 JR서일본 측에 공동 검증을 제안했다. 그는 “이건 과학기술 논쟁이다. 감정론으로만 얘기하다 보면 안전으로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그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JR서일본은 오버런과 지연 등 경미한 실수를 징계 및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투자도 늘렸다. 인사와 조직 면에서는 현장 안전을 총괄하는 기술이사 직책을 신설했고, 안전연구소를 비롯한 연구시설도 확충했다.
아사노는 유가족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JR서일본은 자기가 일으킨 사고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원인을 검증해야 한다. 그 결과를 유가족에게 제대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것을 요구하는 게 유가족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차장 및 관제사와의 무선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웠던 점, 일근 교육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며 변명을 생각했던 점으로 인해 운전에 대한 주의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토교통성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로부터 2년2개월이 지나 발표한 보고서다. 사고 원인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23세 열차 운전사의 개인적 실책이 됐다.
<궤도 이탈>은 사고 후 10년 동안 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JR서일본)에 맞서 사고 원인을 파헤친 아사노의 행적을 기록했다. 고베신문 기자였던 마쓰모토 하지무가 사고를 둘러싼 정보를 모은 ‘논픽션 저널리즘’이다. 아사노는 사고를 구조적인 문제로 봤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JR서일본은 영업 실적을 위해 배차 간격을 줄이고 운행 속도를 높였다. 애당초 정시 운행이 불가능한 열차 시간표를 편성한 것이었다. 운행이 지연되면 운전사에게 선로 정리를 시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일근 교육’을 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사노는 감정싸움 대신 이성과 논리를 선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뛰어넘어 JR서일본 측에 공동 검증을 제안했다. 그는 “이건 과학기술 논쟁이다. 감정론으로만 얘기하다 보면 안전으로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그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JR서일본은 오버런과 지연 등 경미한 실수를 징계 및 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투자도 늘렸다. 인사와 조직 면에서는 현장 안전을 총괄하는 기술이사 직책을 신설했고, 안전연구소를 비롯한 연구시설도 확충했다.
아사노는 유가족들한테 이렇게 말했다. “사고를 교훈으로 삼아 JR서일본은 자기가 일으킨 사고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원인을 검증해야 한다. 그 결과를 유가족에게 제대로 설명할 책임이 있다. 그것을 요구하는 게 유가족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