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은 일부러 소박하게 만들었다 [책마을]
경복궁은 어찌하여 세계의 다른 궁궐들보다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을까. 한국의 궁궐이 소박하다는 것은 사대주의 때문이라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부터 물자가 부족해서라는 경제적 시각,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서라는 미학적 분석까지 다양하다. <산을 품은 왕들의 도시 1·2>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둘러싼 ‘산’들을 중심으로 궁금증을 해소한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원으로 있는 이기봉 박사는 가상 인물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답한다. 경복궁은 하늘과 임금을 잇는 징검다리였고 징검다리는 굳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임금을 하늘과 연결해주는 시각적 효과는 서울을 설계할 때부터 반영됐다.

먼저 도성을 둘러싼 산줄기는 도성 밖에서 안쪽을 보지 못하게 하는 차단막이 된다. 차단막은 임금의 신비감을 증폭한다. 숭례문에 들어서면 북악산과 보현봉이 시선을 압도한다. 세종대로를 따라 걸을수록 북악산 아래 경복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광화문에 도달하면 시야에서 산은 사라지고 궁궐의 모습이 이를 대체한다. 단계적인 풍경 변화를 통해 산세의 위엄은 임금의 권위로 전환된다.

경복궁의 웅장함은 건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산을 통해 표현된 셈이다. 다른 문명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궁궐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됐다. 1권의 주인공이 정도전이었다면 2권에는 태종과 광해군이 등장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