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늘 금기에 도전했다 [책마을]
마흔을 앞둔 남자가 열두 살 소녀에게 반한다. 오직 그 소녀 옆에 머물겠다는 목적으로 남편을 잃은 소녀의 엄마와 결혼한다. 소녀의 엄마는 우연히 남자의 일기를 본 뒤 그 속셈을 알아차린다. 그녀가 격분해 집을 뛰쳐나갔다가 차에 치여 죽자 남자는 의붓딸인 소녀를 연인처럼 대하며 함께 전국의 모텔을 떠돈다. 사건의 전말은 남자가 훗날 살인을 저지르면서 드러난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신문 사회면에서 수갑을 찬 남자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혹은 1면. 그러니 1955년 출간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를 ‘고전’이라 칭송해야 하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마침 4월 22일이 나보코프 탄생일이든 말든. 소아성애증을 뜻하는 ‘롤리타 콤플렉스’가 여기서 나왔으니 말이다.

물론 유명한 책이라고 꼭 읽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문학은, 고전은 늘 금기에 도전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단순히 말해 살인범 이야기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는 불륜 얘기다.

이 충격적 소설을 통해 독자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어느 드라마에서 울부짖었듯 주인공 험버트를 옹호할 수도 있다.

반면 2부에서 소설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1부에서 험버트는 아름다운 언어로 자신의 욕망을 옹호하지만, 욕망의 대상이었던 롤리타가 2부에서 “더러운 생활”을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외치면서 이 연극의 막이 내려진다. 탈출에 성공한 롤리타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지만 가난에 시달리던 중에 아이를 낳다가 죽는다. 롤리타를 “어리지만 발칙한 것” 취급하던 험버트는 그제야 롤리타에게 “더러운 정욕의 상처”를 입혔다고 인정한다.

저자 나보코프도 작품이 나오면 따가운 눈총을 받을 거라는 걸 익히 짐작했다. 험버트를 무작정 옹호한다는 오해 역시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소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가짜 해설서’를 붙여놨다. 험버트가 감옥에서 죽기 전 ‘롤리타’라는 제목의 고백록을 자신에게 맡겼다는 정신분석학자 존 레이 주니어 박사의 글이다. 허구의 인물인 박사는 나보코프를 대신해 항변한다. “‘불쾌하다’는 말은 ‘독특하다’라는 말의 동의어인 경우가 종종 있으며, 위대한 예술작품은 모두 독창적이고, 바로 그러한 본질 때문에 크든 작든 충격적인 놀라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서둘러 덧붙인다. “험버트가 잔혹하고 비열한 인물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롤리타>는 사랑과 폭력의 차이에 대한 오랜 질문을 던진다. 롤리타의 서류상 이름은 돌로레스. 스페인어로 ‘고통’이라는 뜻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