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은 자유 민주주의 깨웠던 자명종" [책마을]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남한을 침공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뉴욕헤럴드트리뷴의 마거리트 히긴스도 그중 한 명이었다. 히긴스는 1950년 12월까지 6개월가량 한국에 머물며 보고 들은 것들을 1951년 <워 인 코리아(War in Korea)>로 펴냈다. 그가 여성 최초로 국제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게 해준 책이다.

여기에 히긴스가 한국전쟁 휴전에 관해 쓴 글을 덧붙여 엮은 <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이 올해 한국전쟁 휴전과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현표 전 주미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장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책은 한국 전쟁을 생생히 전한다. 도쿄지국장으로 있던 히긴스는 타사 기자 3명과 함께 전쟁 발발 이틀 만인 6월 27일 서울에 도착했다.

채병덕 참모총장은 외신 기자들에게 말했다. “상황이 나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밤 누군가 소리쳤다. “일어나요! 적이 저지선을 뚫었어요. 빨리 피해야 합니다.” 막사 주변에 박격포가 터지는 가운데 그들은 지프에 올라타 한강 인도교로 질주했다. 그때 한 줄기의 오렌지색 불길이 하늘을 갈랐다. 다리가 폭파된 것이다. 히긴스 일행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 수원에 도착했다. 후퇴가 이어졌다.

히긴스는 미군이 얼마나 적을 과소평가했는지, 전쟁을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옆에서 인천상륙작전을 목격하기도 한 히긴스는 한국전쟁을 이렇게 평가한다. “전쟁 중 한반도에서 많은 비극이 발생했지만,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을 격퇴했다는 것이 자유세계를 위해서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우리는 지금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인들을 잠에서 깨우는 일종의 국제적인 자명종 시계 역할을 한 것이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히긴스는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반전 여론이 잘못됐음을 알렸고 미국이 국익을 위해서 참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 통찰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