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몬테네그로에서 구금된 상태로 재판받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법원은 이날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여 권 대표와 측근인 한모 씨의 구금 기간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은 전날 권 대표 등 2명을 여권 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구금 연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은 몬테네그로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이들에게서 여러 국가의 여권과 신분증이 압수됐다”며 “이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돼 있어 피고인들이 국제적인 인맥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몬테네그로를 이탈할 경우 형사소송의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이와 함께 이들에 대한 재판이 오는 5월 11일 열린다고 발표했다.

권 대표는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가 동반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지속해서 발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테라‧루나는 시가총액이 세계 10위 안팎까지 급등했지만, 지난해 5월 불과 나흘 만에 99.99% 폭락하며 휴지 조각이 됐다. 당시 증발한 테라·루나의 시가총액은 50조원에 달한다.

권 대표는 도주 11개월 만인 지난달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현지 경찰은 그가 위조된 여권을 소지한 것을 확인하고 체포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의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며 신병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몬테네그로에서 재판받게 된 만큼 송환 시점은 더욱 늦춰질 전망이다.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몬테네그로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형기를 복역해야만 인도를 요청한 국가로 인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