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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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토종김을 만들기 시작한 주식회사 광천김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썼다. 1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159억원) 증가했다. 대만 수출길이 뚫린 덕분이다. 작년에만 대만에서 150억원의 매출 실적을 냈다.

쿠팡이 대만 상륙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 소비자들이 쿠팡앱을 통해 한국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K셀러’의 대만 진출에 ‘로켓’을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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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만에 한국형 ‘로켓 배송’ 쏜다

26일 유통·물류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타이베이 인근에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중이다.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장비를 납품하는 A사 관계자는 “쿠팡이 대만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테스트를 끝내고 한국식 로켓 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우선 타이베이에서 시작하고, 가능성이 입증되면 대만 중·남부 도시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2021년 6월과 10월에 각각 일본과 대만에 진출했다. 오토바이크를 활용한 도심형 빠른 배송(퀵커머스)였다.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가능성을 알아보는 일종의 파일럿 서비스다. 이와 관련,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Inc 대표는 최근 ‘대만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사내에 전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타이페이101 타워에 쿠팡의 대만팀이 입주해 있다”며 “현지 인력을 계속 확충하고 있고, 싱가포르에 있는 엔지니어들과 협업 관계를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쿠팡이 대만에 로켓 배송을 도입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K셀러의 위력’이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광천김을 비롯해 기저귀, 건강기능식품, 쌀과자 등의 분야에서 한국 상품을 사려는 대만 ‘직구족’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만에서 넷플릭스를 켜면 많이 본 콘텐츠 순위가 한국과 거의 똑같다”며 “일본산이 점령하고 있는 대만 소비재 시장에서 K상품의 침투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의 ‘글로벌 쿠팡’ 전략 본격화

쿠팡이 로켓직구로 대만에 판매하는 제품은 수백만 가지에 달한다. 대만 직구족 사이에서 ‘가장 저렴하고 빠른 배송’으로 통한다. 현지 경쟁사인 아마존이 60달러(약 8만6000원)어치를 구매해야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비해 쿠팡 무료 배송 기준액은 690 타이완 달러(약 3만1200원)다.

대만 현지에 물류센터를 완공, 한국처럼 당일 혹은 익일 배송 시스템을 갖추면 쿠팡을 통한 K셀러의 대만 상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현지 직구족들을 위해 대만행 첫 비행편으로 물건을 발송해 주문 후 빠르면 다음 날, 평균 5일 이내에 대만 전역으로 배송을 완료하고 있다”며 “현재 기준으로도 경쟁사들이 쿠팡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는 ‘글로벌 쿠팡’을 만들기 위해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밀집형 대도시에 특화된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아마존과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2357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대만은 인터넷 사용률은 94.8%에 달하지만, 이커머스 침투율은 낮은 편이다. 통계분석기관 스태티스에 따르면, 대만의 이커머스 비중은 지난해 11%에 불과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만의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9.6% 성장할 것”이라며 “빠른 배송을 선호하는 젊은 온라인 쇼핑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창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