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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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YMTC)가 독자 기술을 적용한 첨단 반도체 생산에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양쯔메모리는 중국 최대 반도체장비 업체인 베이팡화촹 등과 함께 순수 중국산 기술로 미국의 통제 대상인 128단 낸드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우당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당산은 후베이성의 도교 성지인 산의 이름이다.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에 본사가 있는 YMTC는 자국의 유명한 산의 이름을 따 반도체 프로젝트 이름을 지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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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식통은 양쯔메모리가 증착·식각 장비 중국 1위인 베이팡화촹 등에 대규모 발주를 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제재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협력업체들에 납품 장비에서 로고와 다른 식별 표시를 제거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128단 낸드 생산을 곧 시작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양쯔메모리는 2016년 칭화유니와 우한시 합작으로 설립됐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2017년 32단, 2019년 64단, 2020년 12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캐나다 반도체 전문매체인 테크인사이트가 양쯔메모리가 232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얼마나 높은 단수로 메모리 셀을 쌓아올리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양쯔메모리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19년까지 1% 미만에 그쳤으나 현재는 4%를 웃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낸드 점유율 순위는 삼성전자(31.4%), 키옥시아(20.6%), SK(18.5%), 웨스턴디지털(12.6%), 마이크론(12.3%), 기타 4.6% 순이다. 기타의 점유율이 2019년 0.5%에서 4년 만에 열 배 가까이 뛰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제조업의 특성상 기타의 대부분이 양쯔메모리 몫으로 추정된다.

양쯔메모리가 자국 장비를 활용한 128단 이상 낸드를 생산한다면 이는 미국의 제재를 극복한 주목할만한 사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18㎚(나노미터·1㎚은 10억분의 1m), 128단 이상 낸드, 14㎚ 이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수출통제 대상에 올렸다. 중국 등에 이런 장비를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숨통을 조이는 제재로 평가된다. 양쯔메모리 외에도 중국 D램 1위 창신메모리가 19㎚ D램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중신궈지(SMIC)는 14㎚ 공정을 상용화하고 더 높은 단계를 개발하는 도중이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 이후 미국 장비업체들은 양쯔메모리 지원을 중단했다. 또 네덜란드와 일본도 미국의 수출통제에 동참할 계획이다. 세계 10대 장비업체 가운데 9곳이 미국, 네덜란드, 일본 기업(1곳은 한국)이다.

미국은 또 작년 12월 양쯔메모리 등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반도체뿐 아니라 미국 기술이 들어간 모든 제품을 사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 국가반도체펀드 등 국영 투자자들이 올들어 490억위안(약 9조46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양쯔메모리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지속되고 있다. SCMP는 "양쯔메모리가 계획대로 첨단 반도체 생산에 성공한다면 중국의 반도체 자립 시도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