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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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남자골프에 초대형 신인이 등장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23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골프존오픈 인 제주에서 우승한 조우영(22)이 주인공이다.

이날 제주도 제주시 골프존카운티 오라CC(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조우영은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를 기록하며 투어 4년차 김동민(25)을 4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대회 우승은 지난달 KPGA 스릭슨투어(2부) 2차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제주의 강풍도, 쟁쟁한 선배들이 풍기는 위압감도 조우영의 패기를 막지 못했다. 조우영은 이날 공동선두 그룹 김민준 김동민에게 1타 뒤진 3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샷감이 좋았다. 첫 홀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아냈고 4번홀(파5)에서 1타 더 줄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6번 홀(파5)에선 홀에 바로 들어갈 뻔할 정도로 정확했던 두 번째 샷 덕분에 이글을 낚아 3타 차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6번 홀(파5)에선 티샷을 365야드 보낸데 이어 두번째 샷을 핀 1야드 옆에 붙이며 이글을 낚아냈다. 전반 9홀에서만 4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앞서나갔다.

아마추어였지만 멘탈도 단단했다. 단독 선두를 달리면서도 계속해서 타수를 줄여나가 한때 5타 차이까지 달아났다. 17번홀(파3)에서 이날 경기의 유일한 보기를 범했지만 우승은 이미 그의 차지였다.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3년 9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의 이창우 이후 10년만이자 1982년 김주헌 이후 통산 10번째다.

조우영은 초등학교 3학년때 친구를 따라 골프채를 잡았다. 그물에 붙어 있는 타깃을 맞힐 때 나는 '퍽' 소리가 좋아 골프를 계속 치기로 결심했다. 이듬해부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을 동경하며 골프 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올해 22살, 한국체대에 재학중인 그는 일찌감치 '초대형 아마추어'로 이름을 날렸다. 2019년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고 2020년 송암배·허정구배에서도 우승하며 아마추어계를 평정했다.

프로 전향은 다소 늦은 편이다. 지난해 열리려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면서 프로 전향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그는 프로전향을 1년 더 미루고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제주에서 열렸던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 코리아에 출전해 3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 가을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곧바로 프로로 전향할 예정이다.

멀리 똑바로 치는 드라이버샷이 장기다. 키 180cm, 몸무게 80kg 초반인 그는 티샷을 300야드를 훌쩍 넘긴다. 이날 이글을 잡아낸 6번홀(파5)에서는 티샷으로 367야드를 보냈다. 목표한 지점에서 10m 이내에 떨어뜨리기에 스스로도 "롱아이언만큼 정확하다"고 자신한다.

이날 대회에 걸린 우승상금은 1억 4000만원. 하지만 조우영은 아마추어 신분이라 이 돈을 받지 못했다. 대신 2위인 김동민이 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그래도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Q)가 지난해부터 아마추어의 후원을 허용하면서 올해부터 우리금융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