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젠 CPTPP 가입 신청 결단 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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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입 계기로 협상 시작해야
결단 리더십과 대일 외교력 절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결단 리더십과 대일 외교력 절실
김원호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영국이 최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첫 신규 회원국으로 확정됨으로써 뒷걸음만 치던 세계 무역질서에 생기가 돌고 있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의 돌연 탈퇴로 인한 CPTPP의 빈자리를 메운 셈이고, 미국·호주와 함께 중국 견제용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를 결성한 데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경학적 교두보까지 마련해 향후 그 역할이 주목된다.
CPTPP는 미국이 빠진 뒤 2018년 12월 일본 멕시코 등 11개국으로 출범해 지난해 1월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으로 발효된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질적으로 우월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즉 최고 수준의 자유화는 물론 디지털 무역, 국영 무역기업, 규제 일관성, 전자상거래 등 최신 통상규범을 담고 있다. 특히 생산에 투입한 재료만을 누적 원산지 산정에 포함하는 RCEP과는 달리 부가가치와 제조공정까지 포함함으로써 역내 분업 촉진과 공급망 구축을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 면에서도 혁신적이다.
2021년 2월에는 영국이 가입을 신청했고 중국과 대만,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우루과이가 뒤를 이었다. 가입 협상 개시와 진행 속도는 신청 순서와 무관하며 최종 승인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가입 협상이 시작되면 신청국은 각 기존 회원국과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이때 기존 회원국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거나 까다로운 조건 제시에 직면할 수 있다.
당분간 관심은 중국과 대만의 가입 신청 처리에 쏠릴 전망이다. 양국은 2021년 9월 한 주 간격을 두고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가입 협상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기존 회원국들에 매력적이지만 노동 기준, 지식재산권, 국경 간 데이터 이동 등 규범 격차가 워낙 커서 예외나 유예기간 설정이 거론될 여지가 있고 그럴 경우 CPTPP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대만은 개방적인 데다 이미 필요한 제도 개혁에 착수했음에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회원국들의 고민이다.
한국은 이 절묘한 시점에 CPTPP 앞에 서 있다. 한국은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창설 협상에 2013년 11월 뒤늦게 관심을 표명했다가 접었고, 지난해에는 가입 신청 계획을 천명했다가 국내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끝내 공식화하지 않았다. 당시는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 등을 문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클 때였다.
그러나 신규 가입의 물꼬가 터진 지금 한국은 CPTPP 가입이란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선진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프리미엄급 FTA인 CPTPP는 다른 통상국가에 뒤처지지 않고 통상의 질을 한 단계 높일 기회일 뿐 아니라, 신냉전시대 난관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이자 종국적으로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복원하는 지렛대로써 활용돼야 한다. 만일 경제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이 가입한 뒤 가입을 추진한다면 한국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가입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일본이 중국 가입 현안으로 압박받고 한·일 관계가 개선 기조에 놓인 지금이야말로 최적기일지 모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비용 계산보다 한국 경제가 초유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결단과 고도의 외교력, 국내 법령과 제도 정비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CPTPP는 미국이 빠진 뒤 2018년 12월 일본 멕시코 등 11개국으로 출범해 지난해 1월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으로 발효된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경제 규모는 작지만 질적으로 우월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즉 최고 수준의 자유화는 물론 디지털 무역, 국영 무역기업, 규제 일관성, 전자상거래 등 최신 통상규범을 담고 있다. 특히 생산에 투입한 재료만을 누적 원산지 산정에 포함하는 RCEP과는 달리 부가가치와 제조공정까지 포함함으로써 역내 분업 촉진과 공급망 구축을 통한 기업 경쟁력 제고 면에서도 혁신적이다.
2021년 2월에는 영국이 가입을 신청했고 중국과 대만,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우루과이가 뒤를 이었다. 가입 협상 개시와 진행 속도는 신청 순서와 무관하며 최종 승인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가입 협상이 시작되면 신청국은 각 기존 회원국과 개별 협상을 벌여야 하는데 이때 기존 회원국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거나 까다로운 조건 제시에 직면할 수 있다.
당분간 관심은 중국과 대만의 가입 신청 처리에 쏠릴 전망이다. 양국은 2021년 9월 한 주 간격을 두고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가입 협상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기존 회원국들에 매력적이지만 노동 기준, 지식재산권, 국경 간 데이터 이동 등 규범 격차가 워낙 커서 예외나 유예기간 설정이 거론될 여지가 있고 그럴 경우 CPTPP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반면 대만은 개방적인 데다 이미 필요한 제도 개혁에 착수했음에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회원국들의 고민이다.
한국은 이 절묘한 시점에 CPTPP 앞에 서 있다. 한국은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창설 협상에 2013년 11월 뒤늦게 관심을 표명했다가 접었고, 지난해에는 가입 신청 계획을 천명했다가 국내 농축수산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끝내 공식화하지 않았다. 당시는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 등을 문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클 때였다.
그러나 신규 가입의 물꼬가 터진 지금 한국은 CPTPP 가입이란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선진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에 프리미엄급 FTA인 CPTPP는 다른 통상국가에 뒤처지지 않고 통상의 질을 한 단계 높일 기회일 뿐 아니라, 신냉전시대 난관에 봉착한 한국 경제의 돌파구이자 종국적으로 세계 자유무역질서를 복원하는 지렛대로써 활용돼야 한다. 만일 경제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이 가입한 뒤 가입을 추진한다면 한국의 매력도는 떨어지고 가입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일본이 중국 가입 현안으로 압박받고 한·일 관계가 개선 기조에 놓인 지금이야말로 최적기일지 모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비용 계산보다 한국 경제가 초유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결단과 고도의 외교력, 국내 법령과 제도 정비를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