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올 1분기 실적에 반영할 충당금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늘리기로 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금융지주, 은행이 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요청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금융권의 부실 지표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적정 충당금 규모를 산출하기 위한 지표로 부도율(PD), 부도 발생 시 해당 여신 중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 처리되는 비율을 뜻하는 ‘부도 시 손실률(LGD)’ 등을 활용한다. 보통 과거 10년 동안의 PD와 LGD 데이터가 활용되는데, 최근 3년은 정책 지원으로 인해 부실 지표가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당장 이번주 발표할 1분기 실적에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작년에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각각 5조9368억원과 3조2342억원이다. 2022년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5대 금융지주가 13조7608억원, 은행은 8조7024억원이다.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커지면 금융지주와 은행의 이익은 회계상으로 줄어든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