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웹 등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마약 판매가 성행하면서 10대들이 손쉽게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10대 마약상까지 곳곳에서 등장하는 등 청소년 마약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청이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2387명 가운데 중·고교생 등 10대는 294명(2.4%)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마약사범 8107명 중 10대가 104명(1.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미 다크웹과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6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중학생 A양(14)이 동급생 2명과 함께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온라인에 ‘마약’ 등 관련 단어를 검색한 뒤 안내 글을 따라 텔레그램을 통해 손쉽게 필로폰을 구입했다. A양은 초대 링크를 통해 돈을 송금했고 길거리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회분을 받았다. A양은 “호기심에 마약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측은 “형사 입건되지 않는 초등생 촉법소년 사이에서도 마약을 투약한 사례가 나타난다”며 “마약이 나이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값이 저렴해진 것도 10대 마약사범을 늘린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필로폰 1회 투약분은 0.075~0.08g으로 3만8500원 정도인데, 다량으로 구입하면 값이 급격히 내려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마약 가격이 피자 한 판 값이며 펜타닐은 1만원대”라며 “마약 가격이 대단히 싸졌다.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마약 투약을 넘어 10대가 판매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인천 지역에선 동갑내기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마약상으로 나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49g, 케타민 227g, LSD 33개, 엑스터시 140정 등 모두 4억900만원 상당(1만2000명 동시 투약분)의 마약을 압수했다. 10대 마약상들은 경찰 추적과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성인 중간 판매책 6명을 모집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 밖에 최근 수원과 경남 등에서도 10대 마약 판매상이 검거됐다.

10대가 마약 판매상으로 이용되는 이유는 성인에 비해 수사기관에 의심을 덜 받을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마약상들은 “10대는 교복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의심을 덜 받는다”며 중간 판매상으로 중·고교생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과거 10대 마약은 예방 교육 위주였는데, 요새는 재활·치료 영역까지 확대됐다”며 “10대의 마약 판매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처벌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