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꺾고 우승 직감...가장 힘든 상대는 데프트"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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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젠지 e스포츠 '페이즈' 김수환 인터뷰
팀의 상징과도 같던 에이스가 떠나고 그 빈자리를 신인 선수로 채운 팀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컵을 차지한다. 심지어 갓 데뷔한 선수가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결승전 파이널 MVP에 선정된다.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설정이지만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주인공은 LCK 무대를 밟은 지 약 3개월 만에 로열로더에 등극한 젠지 e스포츠 원거리 딜러 페이즈(김수환)다. 2005년생으로 만 17세인 그는 프로게이머로서 첫 커리어를 우승과 함께 시작하게 됐다.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그에게 우승 소감과 목표에 대해 물었다. -2023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우승 축하드린다. 간단한 소감 부탁드린다.
우승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너무 감격스럽고 기쁘다.
-이번 시즌이 LCK 1군 주전으로서 첫 시즌이기도 하고 젠지라는 팀의 상징 같았던 룰러(박재혁) 선수를 대신한다는 것이 꽤나 큰 부담이었을 것 같다.
사실 부담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자신감이 있었다. 선수, 감독, 코치님들 모두 잘 적응할 수 있게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데뷔 시즌에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로열로더' 반열에 올랐다. 스스로 예상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예상은 못 했는데 잘하면 할 수 있겠다는 기대는 있었다. 그 기대가 현실이 되어 정말 기쁘다.
-이번 시즌 초반엔 긴장한 듯한 플레이가 나오곤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선 이런 부담감을 많이 떨쳐내고 본 실력을 보여준 것 같다. 어느 시점부터 LCK 무대에 스스로 적응이 됐다고 느꼈나?
대회에서 겁을 자주 먹었던 거 같다. 혼자 고민해 본 결과 겁먹지만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결승전에서 겁먹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젠지가 정규리그 2위를 달성하긴 했지만 사실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우승할 것으로 기대받지 못했다. 선수들은 내부적으로 언제부터 우승 가능성을 엿봤는지 궁금하다.
최종 결승 진출전에서 KT 롤스터를 이기고 우리가 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기서부터 자신감을 찾고 가능성을 엿봤던 거 같다.
-우승하는 과정에서 가장 주요했던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브젝트 판단이나 한타 등 팀의 오더는 주로 누가 하는지, 젠지의 의사결정 과정이 궁금하다.
주요했던 요인은 팀합과 한타였다고 생각한다. 오브젝트 판단은 정글과 라이너들이 함께 하고 운영이나 팀의 오더는 피넛(한왕호) 선수가 많이 하고 있다. -결승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2라운드는 쉽게 승리했지만 승자조에서 T1에 패하기도 했고 KT 롤스터를 상대로도 열세로 평가받았다. 승자조 패배 이후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KT 전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승자조에서 T1에 패했을 때는 바텀 밴픽과 구도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 KT 전 1세트를 패배하긴 했지만 경기력으로 봤을 때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팀원들과 좋은 얘기가 오고 갔던 거 같다.
-이번 시즌 데프트(김혁규), 바이퍼(박도현), 구마유시(이민형) 등 강력한 선수들을 상대했다. 각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고 느낀 점이 있다면? 또 이들과 비교했을 때 페이즈 선수 본인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잘하는 원딜러들이랑 상대할 때는 장점만 있는 거 같다. (대결을 펼치며) 배울 것이 너무 많고 이겼을 때 자신감이 많이 채워지는 거 같다. 내 강점은 '안정성과 한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했던 선수 중에 가장 어려웠던 선수가 있다면 누구인지와 그 이유도 궁금하다.
데프트 선수가 가장 힘들었다. 라인전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선수였다.
-젠지 아카데미부터 시작한 소위 ‘성골’ 젠지 출신인데 어떻게 입단하게 됐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또 본인이 생각하는 젠지의 강점은?
손창식 스카우터님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입단 제의를 받아본 게 처음이라 그 당시에는 좀 신나서 들어가게 된 거 같다. 젠지의 강점은 라인전, 운영, 한타 다 뛰어난 점인 것 같다.
-결승전에 친척분들이 오셔서 함께 응원해 준 것으로 안다.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했을 때 가족과 친인척들은 어떤 반응이었는지 궁금하다
부모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친척들이나 가족들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젠지 선수단을 제외하고 함께 같은 팀으로 활동해 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지금은 현재의 팀원들이랑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는 거 같다.
-젠지 선수단 내에서 가장 친한 선수는 누구인가? 또 다른 팀에서 친해지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
지금은 다 두루두루 친하다. 개인적으로 어색한 선수는 없다. 다른 팀에서 친해지고 싶은 선수도 아직은 없는 것 같다.
-고동빈 젠지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어떤가? 또 선수로서 느끼는 고동빈 감독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아주 정확히 집어 주신다. 그래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데뷔 시즌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고르자면 언제인가, 또 반대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우승했을 때인 것 같다. 1라운드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아무래도 처음 합을 맞추는 것이다 보니 팀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 힘들었다.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나?
아버지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 이유는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진출하게 됐다. 소속팀인 젠지도 첫 우승을 노리는 상황인데 소감과 각오가 궁금하다. MSI에서 만나고 싶은 선수나 팀이 있다면 누구인가?
첫 국제 대회인 만큼 기대가 많이 된다.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경험 일 것 같다. 만나 보고 싶은 선수는 룰러(박재혁) 선수이다. 팀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스프링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도 룰러 선수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룰러 선수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지, 또 적으로 만났을 때 각오가 있다면?
룰러 선수와의 친분은 서로 본명으로 부르는 정도는 아니지만, 꼭 한번 대회에서 만나 보고 싶은 선수이고 이겨 보고 싶은 선수이기도 하다.
-스프링 우승 후 MSI 전까지 짧지만 휴가를 가진 것으로 아는데 휴가 기간 어떤 것들을 했는지? 다른 게임이나 취미 활동을 즐긴 것이 있나?
다른 게임을 하면 롤을 할 때 감도 적응하는 게 힘들어져서 잘 안 하는 편이다. 쉴 때도 칼바람 나락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취미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우승 후 인터뷰에서 롤드컵 우승이 목표라고 이야기했는데 더 나아가 미래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끝에는 ‘역체원(역대 최고의 원거리 딜러)’하면 떠오르는 선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