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서울의 한 은행 자동일춤금기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시민들이 서울의 한 은행 자동일춤금기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은행업종은 역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음에도 주가는 최고가를 돌파하지 못했다. 실망스러운 주주환원,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은행주는 만년 저평가주로 불린다. 하지만 올 봄에는 은행주가 이러한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유동성 위기 완화와 고질적인 저평가 요소의 재평가까지 더해질 경우 주가의 가파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KRX 은행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4포인트(0.49%) 하락한 613.99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간 KRX 은행지수는 14.0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23% 상승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처럼 은행업지수가 코스피 수익률을 하회한 이유는 미국발 은행 파산에 따른 금융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라 앉혔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국내 은행업종의 분위기는 좋았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요구가 주가 상승의 결정적 재료가 됐다. 낮은 주주환원율을 의식한 듯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실적 발표를 진행하며 주주환원율의 점진적인 상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게 증가했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당분간 은행권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 은행들의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실한 기업대출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였으며 하나의 산업에 집중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수준인 100%를 초과하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국 은행 파산 및 유럽 은행 유동성 리스크 상승,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 등 최근 금융 관련 우려 대비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견조한 수익성 시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된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을 다시 견인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김병언 기자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김병언 기자
과거 경기침체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주가수익률이 나쁘지 않았던 주식은 이익의 안정성 및 지속성이 기대되는 업종이었다. 그런 주식 중에 하나가 은행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7개 금융지주사(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및 2개 은행(기업은행, 카카오뱅크)의 2023년 1분기 순이익은 약 6조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예상하는 이유는 시장금리 하락과 조달금리 부담 증가로 인해 순이자마진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금리 하향 안정화 및 환율 하락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 및 영업외수익은 전분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주의 배당성향은 2012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별로 향후 배당성향 상향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계획하고 시현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주로서의 매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은 향후 국내 은행주가 글로벌 은행주 대비 저평가 받고 있던 요인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은행업종 내 최선호주로는 KB금융과 신한지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B금융의 2022년 말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3.3%로 높은 자본 적정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다각화된 비은행 포트폴리오로 순이자이익 감소를 상쇄시킬 수 있고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경상이익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한지주는 높은 점유율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안정적 실적 시현이 전망된다. 분기배당 및 자사주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남영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 업종의 주가 하락은 과한 수준이라 판단된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 실현으로 불확실성이 축소되면서 주가 리레이팅 또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