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속에 이번 주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를 비롯한 대형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줄줄이 발표된다. 작년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어 이번 실적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대형 기업들의 실적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 속에 경기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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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감원 후 수익성 개선했나

23일(현지시간) 팩트셋에 따르면 이번 주 S&P 500 기업 중 3분의 1인 180개 기업이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지수의 14개 기업도 포함된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기업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알파벳(25일) 페이스북의 메타(26일), 아마존(26일) 등 빅테크가 대거 포진해있다.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과 식품 회사 펩시코, 세계1 위 석유회사 엑슨모빌도 관심을 끄는 기업이다.

올해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후 가장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S&P500 기업의 18%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지난해보다 매출이 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하는 빅테크 기업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가장 수혜를 봤던 기업이다. 아마존과 메타, MS 등은 2020년과 2021년 인력을 연간 20~30%씩 늘렸다. 아마존은 이 기간 약 81만명을 고용했다.

지난해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치솟고 Fed가 긴축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자 빅테크 실적도 뒷걸음질 쳤다. 작년 말부터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실제 수익성을 개선했는지 이번 실적에서 고스란히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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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재 관련 기업, 물가 상승 후 변화는

이번 주 기업들의 실적이 더욱 주목되는 건 5월 미국 Fed의 금리인상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Fed는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것이란 신호를 주고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기업들의 실적은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WSJ은 "물가상승이 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완화된 가운데 많은 기업의 실적은 소비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재로는 코카콜라 24일, 펩시코와 맥도날드 25일, 허쉬와 몬델레즈 26일 연이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두 미국의 물가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표 식품 기업들이다. 앞서 미국의 거대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은 올해 1분기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고 21일 공개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도 각각 24일, 26일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현황을 보여줄 수 있다. 24일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직후 위기설에 휩싸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기업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주목된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실적 발표 후 "중요한 것은 물가상승이 진정되지 않으면 Fed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하고, 그러면 훨씬 더 깊은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내년 Fed의 금리 인하를 예측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