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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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입 수험생들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플'을 다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열린 홍콩 대입 시험의 영어 과목에 미셸 오바마가 쓴 어머니의 날 에세이와 그의 자서전 '비커밍'의 일부가 지문으로 출제됐다.

홍콩 대입 시험에서 영어는 필수 과목 중 하나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로 구성되는데, 이 중 읽기 부문은 필수 A 파트와 선택인 B1, B2 파트 중 하나를 골라 치러야 한다. 최고점인 5점을 받으려면 조금 어려운 B2를 선택해야 한다고 전해졌다.

미셸 오바마가 쓴 글들은 B2 파트의 지문으로 출제됐다고 한다. 학생과 교사들은 이 문제가 최근 몇 년간 중 가장 어려운 독해 문제 중 하나라는 반응을 내놓았다고 한다.

특히 해당 문제에 어려움을 겪은 많은 수험생은 미셸 오바마의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몰려가 시험을 망쳐 내년에 다시 응시해야 한다는 불만을 늘어놨다. 한 학생은 "내가 5점을 받지 못하면 그건 당신의 책임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행동이 논란이 되자 홍콩 시험평가 당국 대변인은 전날 "수험생들이 시험 결과를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는 예의 바르고 정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변인은 "영어 독해 지문을 고를 때 우리는 수험생들의 언어 능력과 함께 지문의 흥미도와 교육적 중요성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미셸 오바마의 인스타그램에는 홍콩 학생들의 악플에 사과하는 글들과 악플을 단 학생들의 행동이 홍콩의 평판을 해친다고 비판하는 글들도 달렸다.

영어 교사 애슐리 리는 SCMP에 올해 영어 B2 파트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미셸 오바마의 글이 일반적이지 않은 형용사, 비속어를 많이 포함했고 비판적 사고와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영어 교사 케네스 라우는 올해 B2 파트가 최근 몇 년 중 가장 어려웠다면서 긴 질문이 많아 시간 내에 푸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