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매직패스는 새치기?…소비자 위한 '가격 차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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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논란과 가격 차별
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 책정
'돈내고 새치기 할 권리' 비판도
영화관 조조할인·쿠폰 할인 등
더 많은 소비자 구입 유도해
사회 전체로 보면 '후생' 증가
같은 상품에 다른 가격 책정
'돈내고 새치기 할 권리' 비판도
영화관 조조할인·쿠폰 할인 등
더 많은 소비자 구입 유도해
사회 전체로 보면 '후생' 증가
롯데월드에 입장하려면 6만2000원짜리 종합이용권을 사야 한다. 말이 종합이용권이지 뭐라도 타려면 한 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기다리는 수고를 덜려면 매직 패스를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4만9000원을 내면 다섯 가지를, 8만9000원을 내면 열 가지를 5~6분만 기다렸다 탈 수 있다. 이런 ‘패스트 트랙’은 종종 논란을 낳는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 방송에서 “(매직 패스는) 새치기할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직 패스와 비슷한 ‘가격 차별’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새치기처럼 나쁜 것도 아니다.
손님 중에는 돼지갈비가 2만원이어도 먹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돼지갈비를 아주 좋아하거나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돼지갈비에 기꺼이 내고자 하는 금액, 즉 지불 용의가 높은 소비자다. 반대로 돼지갈비가 1만6000원이면 사 먹을 텐데 1만8000원은 너무 비싸다며 안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불 용의가 낮은 소비자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손님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길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2만원을 내고도 먹겠다는 사람에겐 2만원에 팔고, 1만6000원이면 먹겠다는 사람에겐 1만6000원에 판다면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에 대해 구입자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을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구매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두 개를 사면 한 개를 공짜로 주거나 대용량 제품 구매 시 할인해 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2급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1급 가격 차별은 소비자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맞춰 저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휴대폰 매장에 갔는데 직원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묻는다면 1급 가격 차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아홉 잔 구입하면 열 잔째는 공짜로 주는 것, 숙박업소의 성수기 요금과 비수기 요금이 다른 것, 카드 할인, 쿠폰 할인, 수험생 할인 등이 가격 차별 사례다. 단순히 가격이 다르다고 해서 가격 차별은 아니다. 같은 상품이 도시보다 섬마을에서 비싸다면 그것은 운송비 등이 더 들어서 발생하는 일이다.
또한 가격 차별은 일정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판매자가 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이 없는 판매자가 가격 차별을 한다면 높은 가격을 요구받는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를 찾아갈 것이다. 재판매가 가능해서도 안 된다. 할인가에 구입한 사람이 웃돈을 얹어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면 정상가는 무의미해진다.
가격 차별로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소비자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 차별은 사회 전체로 보면 순기능을 한다. 관객이 적은 시간에 좌석을 비워 놓는 것보다는 싼값에라도 파는 것이 극장엔 이익이다.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사람은 조조할인 덕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매직 패스도 그렇다. 매직 패스로 롯데월드가 매출을 늘릴 수 없다면 종합이용권 가격은 더 비싸질지도 모른다. 이 점을 이해했다면 매직 패스를 새치기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고깃집 손님들이 말하지 않는 것
고깃집을 예로 들어 보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T식당의 돼지갈비는 1인분에 1만8000원이다. 식당이 손해 보지 않으려면 1인분에 최소 1만5000원은 받아야 한다고 가정하자.손님 중에는 돼지갈비가 2만원이어도 먹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돼지갈비를 아주 좋아하거나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다. 돼지갈비에 기꺼이 내고자 하는 금액, 즉 지불 용의가 높은 소비자다. 반대로 돼지갈비가 1만6000원이면 사 먹을 텐데 1만8000원은 너무 비싸다며 안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불 용의가 낮은 소비자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손님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따라 가격을 달리 매길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2만원을 내고도 먹겠다는 사람에겐 2만원에 팔고, 1만6000원이면 먹겠다는 사람에겐 1만6000원에 판다면 매출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상품에 대해 구입자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을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모든 소비자의 지불 용의를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현실에선 소비자를 몇 덩어리로 나눠 가격 차별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극장 조조할인이다. 관객이 적은 오전 시간에 오는 손님과 관객이 몰리는 저녁 시간에 오는 손님을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것을 3급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구매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두 개를 사면 한 개를 공짜로 주거나 대용량 제품 구매 시 할인해 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2급 가격 차별이라고 한다. 1급 가격 차별은 소비자 개개인의 지불 용의에 맞춰 저마다 다른 가격을 받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휴대폰 매장에 갔는데 직원이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묻는다면 1급 가격 차별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카페에서 음료를 아홉 잔 구입하면 열 잔째는 공짜로 주는 것, 숙박업소의 성수기 요금과 비수기 요금이 다른 것, 카드 할인, 쿠폰 할인, 수험생 할인 등이 가격 차별 사례다. 단순히 가격이 다르다고 해서 가격 차별은 아니다. 같은 상품이 도시보다 섬마을에서 비싸다면 그것은 운송비 등이 더 들어서 발생하는 일이다.
돈 없고 시간 많은 사람을 위한 할인
가격 차별은 흔하기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 우선 가격 탄력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돼지갈비집이 모든 손님에게 같은 가격을 받는 것은 2만원에도 먹겠다는 손님과 1만6000원이면 먹겠다는 손님을 가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또한 가격 차별은 일정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판매자가 할 수 있다. 시장지배력이 없는 판매자가 가격 차별을 한다면 높은 가격을 요구받는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판매자를 찾아갈 것이다. 재판매가 가능해서도 안 된다. 할인가에 구입한 사람이 웃돈을 얹어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다면 정상가는 무의미해진다.
가격 차별로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소비자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격 차별은 사회 전체로 보면 순기능을 한다. 관객이 적은 시간에 좌석을 비워 놓는 것보다는 싼값에라도 파는 것이 극장엔 이익이다. 소비자에게도 이득이다.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사람은 조조할인 덕에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매직 패스도 그렇다. 매직 패스로 롯데월드가 매출을 늘릴 수 없다면 종합이용권 가격은 더 비싸질지도 모른다. 이 점을 이해했다면 매직 패스를 새치기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