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35원 육박…2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점 경신 [외환시장 워치]
원·달러 환율이 24일 종가 기준 1335원에 육박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월 2일 연중 저점(1220원30전)과 비교하면 3개월도 안 돼 115원가량 뛰었다. 미국의 긴축 우려로 아시아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저하로 원화는 더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6원60전 오른 1334원8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1일(1328원20전) 기록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11월 28일(1340원20전) 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발표 다음날인 14일(1298원90전)에 비해서도 35원90전 올랐다. 이날 환율은 4원30전 오른 1332원50전으로 출발했고 장중 내내 오름세를 보였다. 장중 1337원을 뚫기도 했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게 한 요인이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가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인 점도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최근 발표된 이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 PM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든 것이다. 유럽에선 브리엘 마크루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중단을 논하기에 너무 이르다며 물가 안정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추가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유럽은 한두 번 정도 금리를 더 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시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피크(정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지만 이자율이 피크(정점)냐에 대해선 나라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미국과 유럽은 금융안정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문제가 더해지면서 원화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더 약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후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해 대중 수출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4.15원이다.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992.86원)에서 1.29원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