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차단하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주요 7개국(G7)이 추진 중인 대(對)러시아 수출 전면 금지에 대응해 유럽 식량안보를 위협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그런 상황(전면 수출 금지)이 되면 곡물 거래를 포함해 G7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것도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쟁 속에서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해준 ‘흑해 곡물협정’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는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비꼬며 “그것(전면 수출 금지)은 우리도 상호주의 차원에서 G7이 예민하게 여길 상품군 수출을 금지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흑해 곡물협정은 러시아의 해상 봉쇄로 막혔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이 어려움을 겪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협상을 벌여 지난해 7월부터 식량 수출을 재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신들의 곡물과 비료 수출도 활성화해준다는 협정 내용에도 불구하고 서방의 제재로 여전히 수출이 제약받는다고 불만을 나타내왔다.

G7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로 거의 모든 품목의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선진국들은 다음달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