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6원60전 오른 1334원80전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범준 기자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6원60전 오른 1334원80전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김범준 기자
환율이 24일 종가 기준으로 2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돌파한 것은 표면적으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긴축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발표된 이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서비스 PM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든 것이다. 유럽에선 브리엘 마크루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중단을 논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물가 안정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유럽 모두 추가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유럽은 한두 번 정도 금리를 더 올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시장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피크(정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지만 이자율이 피크(정점)냐에 대해선 나라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미국과 유럽은 금융안정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를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미 중앙은행(Fed)이 오는 5월 초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한·미 금리차는 현재 1.5%포인트에서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이런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등 한국의 펀더멘털(기초 체력) 문제가 더해지면서 원화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더 약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후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해 대중 수출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총재는 이날 환율 급등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환율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다만 “환율을 계속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을 위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재 채권국이기 때문에 통화스와프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우리가 계속 이런(통화스와프 체결) 얘기를 하면 밖에서 볼 때 한국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금리 대응에 관해선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한국 경제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 일하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라든지, 매파는 좋은 사람이고 비둘기파는 나쁜 사람이라든지, 이런 생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필요하면 비둘기파가 되고 또 매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