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자들 제치고…정교함으로 우승컵 안은 '퍼터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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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아 부, LPGA 메이저 셰브런 챔피언십 우승
장타자들 주름잡는 LPGA서
퍼터 앞세워 올시즌 첫 2승
비거리 54위에 다혈질이지만
퍼터만 들면 냉정하게 변해
김아림·양희영 나란히 4위
고진영은 공동 9위로 마쳐
장타자들 주름잡는 LPGA서
퍼터 앞세워 올시즌 첫 2승
비거리 54위에 다혈질이지만
퍼터만 들면 냉정하게 변해
김아림·양희영 나란히 4위
고진영은 공동 9위로 마쳐
1950년대 활약한 보비 로크가 남긴 골프 격언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은 언제부턴가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다. 장타자일수록 유리한 환경으로 바뀌어서다. 실제 그랬다. 요즘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욘 람과 로리 매킬로이는 알아주는 장타자들이다. 여자 골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300야드 안팎을 날리는 넬리 코르다에 이어 아타야 티띠꾼 등 장타자들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상당 기간 지속된 장타골프계의 기류가 최근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리디아 고가 쇼트게임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평정하더니 이번에는 릴리아 부(25·미국)가 퍼터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시즌 첫 번째 다승자로 등극했다.
부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클럽 칼턴우즈(파72·6824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51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투어 통산 2승이자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우승상금은 76만5000달러(약 10억1000만원). 부는 올해의 선수(94점)와 평균 타수(68.6타), 상금랭킹(111만3873달러) 등 주요 타이틀 선두로 나섰다.
세부 기록을 놓고 보면 부는 특별할 게 없는 선수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투어 전체 54위(264야드)로 평범한 축에 속한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1.79%로 전체 119위에 불과하다. 아이언 샷을 얼마나 잘 치는지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어프로치 이득 타수(SG·approach the green)도 57위(3.6타)다.
불같은 성격도 프로골퍼로는 약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평소 코스에서도 화를 참지 않는 부는 최근 L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캐디가 어딜 보고 치라고 얘기하든 무조건 핀만 보고 친다”고 했다. LPGA투어는 “그런 부의 성격이 더 많은 우승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앗아갈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퍼터만 들면 달라진다. 올 시즌 퍼팅 이득 타수(SG·putting)에서 1.420타를 기록해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규정 타수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 평균 퍼팅 수(Putts per GIR)에서도 1.690타로 전체 4위다. 파4에서 그린에 공을 두 번 만에 올리면 웬만해선 2퍼트 또는 1퍼트로 ‘홀아웃’ 한다는 얘기다.
‘다혈질’인 부는 퍼터만 들면 ‘냉혈한’이 된다. 이는 그의 퍼팅 방식에서 드러난다. 홀을 지나가게 치지 않으면 홀에 집어넣을 수 없다는 뜻의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이란 격언처럼 대부분의 골퍼는 홀을 지나갈 정도의 세기로 퍼팅한다. 그러나 부는 정확히 거리에 맞게 친다. 그만큼 퍼팅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LPGA투어는 “구르던 공이 마지막 바퀴에 홀에 떨어지게끔 치는 부의 퍼팅은 흡사 전성기 시절의 박인비를 떠오르게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딱 맞춰 치는 퍼팅의 성공률이 지나가게 치는 퍼팅보다 훨씬 더 높다고 분석한다. 쇼트게임으로 마스터스를 두 번이나 제패한 밴 크랜쇼는 “중력에 기회를 줘라”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다. 그린 스피드가 3m(스팀프미터)라고 가정할 때 홀을 45㎝ 지나가는 스피드로 치면 홀의 유효 크기는 108㎜에서 80㎜로 약 26% 작아진다. 1.6m 지나가게 치면 홀 크기는 40㎜로 작아진다. 세기가 셀수록 유효 크기는 급격히 줄어든다.
부는 이 같은 퍼팅 실력을 바탕으로 이날 열린 연장전에서도 약 4.5m 버디 퍼트를 넣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의 상대였던 에인절 인(25·미국)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물에 빠뜨리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부는 우승 뒤 18번홀 옆 호수에 몸을 던지는 ‘입수 쇼’를 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CC에서 열린 이 대회는 코스 안에 있는 인공호수에 우승자가 몸을 던지는 게 관례였다. 올해 텍사스주 더클럽 칼턴우즈로 장소를 옮기면서 이런 전통이 이어질지가 팬들의 관심이었다. 주최 측은 18번홀 근처 호수를 준설해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이빙 여부는 우승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는데, 부는 곧바로 입수했다.
한국 선수로는 김아림(28)과 양희영(34)이 나란히 8언더파 280타 공동 4위에 올랐다. 고진영(28)은 이날 4타를 줄이며 7언더파 281타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상당 기간 지속된 장타골프계의 기류가 최근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리디아 고가 쇼트게임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평정하더니 이번에는 릴리아 부(25·미국)가 퍼터로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며 시즌 첫 번째 다승자로 등극했다.
부는 2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클럽 칼턴우즈(파72·6824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51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투어 통산 2승이자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우승상금은 76만5000달러(약 10억1000만원). 부는 올해의 선수(94점)와 평균 타수(68.6타), 상금랭킹(111만3873달러) 등 주요 타이틀 선두로 나섰다.
세부 기록을 놓고 보면 부는 특별할 게 없는 선수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투어 전체 54위(264야드)로 평범한 축에 속한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71.79%로 전체 119위에 불과하다. 아이언 샷을 얼마나 잘 치는지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어프로치 이득 타수(SG·approach the green)도 57위(3.6타)다.
불같은 성격도 프로골퍼로는 약점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평소 코스에서도 화를 참지 않는 부는 최근 L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캐디가 어딜 보고 치라고 얘기하든 무조건 핀만 보고 친다”고 했다. LPGA투어는 “그런 부의 성격이 더 많은 우승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앗아갈 수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 퍼터만 들면 달라진다. 올 시즌 퍼팅 이득 타수(SG·putting)에서 1.420타를 기록해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규정 타수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 평균 퍼팅 수(Putts per GIR)에서도 1.690타로 전체 4위다. 파4에서 그린에 공을 두 번 만에 올리면 웬만해선 2퍼트 또는 1퍼트로 ‘홀아웃’ 한다는 얘기다.
‘다혈질’인 부는 퍼터만 들면 ‘냉혈한’이 된다. 이는 그의 퍼팅 방식에서 드러난다. 홀을 지나가게 치지 않으면 홀에 집어넣을 수 없다는 뜻의 ‘네버 업 네버 인(never up never in)’이란 격언처럼 대부분의 골퍼는 홀을 지나갈 정도의 세기로 퍼팅한다. 그러나 부는 정확히 거리에 맞게 친다. 그만큼 퍼팅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LPGA투어는 “구르던 공이 마지막 바퀴에 홀에 떨어지게끔 치는 부의 퍼팅은 흡사 전성기 시절의 박인비를 떠오르게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딱 맞춰 치는 퍼팅의 성공률이 지나가게 치는 퍼팅보다 훨씬 더 높다고 분석한다. 쇼트게임으로 마스터스를 두 번이나 제패한 밴 크랜쇼는 “중력에 기회를 줘라”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다. 그린 스피드가 3m(스팀프미터)라고 가정할 때 홀을 45㎝ 지나가는 스피드로 치면 홀의 유효 크기는 108㎜에서 80㎜로 약 26% 작아진다. 1.6m 지나가게 치면 홀 크기는 40㎜로 작아진다. 세기가 셀수록 유효 크기는 급격히 줄어든다.
부는 이 같은 퍼팅 실력을 바탕으로 이날 열린 연장전에서도 약 4.5m 버디 퍼트를 넣으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의 상대였던 에인절 인(25·미국)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물에 빠뜨리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부는 우승 뒤 18번홀 옆 호수에 몸을 던지는 ‘입수 쇼’를 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지난해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CC에서 열린 이 대회는 코스 안에 있는 인공호수에 우승자가 몸을 던지는 게 관례였다. 올해 텍사스주 더클럽 칼턴우즈로 장소를 옮기면서 이런 전통이 이어질지가 팬들의 관심이었다. 주최 측은 18번홀 근처 호수를 준설해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이빙 여부는 우승자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는데, 부는 곧바로 입수했다.
한국 선수로는 김아림(28)과 양희영(34)이 나란히 8언더파 280타 공동 4위에 올랐다. 고진영(28)은 이날 4타를 줄이며 7언더파 281타 공동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