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콜센터 상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콜센터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2월 7일부터 무인주차장 통합관제센터에 파견돼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했다. 그는 2018년 9월 15일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뇌기저핵출혈'을 진단받았다.

이후 A씨는 회사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19년 11월 27일 요양 불승인 결정을 했다. A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이에 A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1심은 원고 승소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단기간 또는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발병 직전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했다거나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한 전체 기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포함해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건이 일어난 사업장에 근무하기 전 신용카드 가입자들을 상대로 한 콜센터를 포함해 원고 측 회사에서 총 4년 9개월을 일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종전 사업장에서 담당한 업무의 방식, 성격 및 내용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업무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근무환경은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이 준수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원고의 근무 강도를 가중해 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피로 및 스트레스가 적법한 근무환경에 비해 과도한 수준에 이르게 했다"고 봤다.

또 "높은 수준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상당 기간 노출됨에 따라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발생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감정노동을 하는 콜센터 상담 업무와 '뇌기저핵출혈'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사례"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