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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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약사들이 개발한 신종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 보장 기간이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된다. 코로나19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공동 개발했던 바이오엔텍 등 유수의 제약사를 보유한 독일은 반발하고 있다.

24(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당국은 2003년 이후 20년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 약사법을 이르면 오는 25일 발표한다.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EU는 신약의 특허권 보호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8년으로 줄일 방침이다.

독일은 이 개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막판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독일은 EU 집행위원회에 "EU 개정안대로면 앞으로 역내 제약기업들은 2년 이내 모든 회원국에서 신규 일반의약품을 출시해야 시장 독점권을 추가로 1년 더 확보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같은 요건은 업계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유럽 제약사들은 신약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회원국별로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국가별 협상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통제 및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출시가 지연되는 문제를 빚곤 한다는 게 독일 측 입장이다. 독일은 "이 같은 불확실성은 제약사들이 개발 비용을 언제쯤 회수할 수 있을지 예측을 힘들게 한다"며 "제약업계 전반의 투자 급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6개 회원국들은 반(反)독일 노선을 형성했다. 이들 국가가 EU 집행위에 제출한 문서에는 "현재 EU 제약 시스템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이미 제조사들에 상당히 호화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반면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EU 시민의 접근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개정안이 지적재산권 보호 기조와 보건권 확보 우선순위를 연계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그 취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FT는 "독일 국민들은 다른 회원국 국민보다 더 많은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으며, 제약시장도 커서 구매력이 높다"고 전했다. 제약산업 연구기관 에피아(Efpia)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혁신 의약품의 92%를 사용할 수 있지만 구소련 회원국 등의 국민들의 신약 접근권은 30 % 미만에 불과했다. EU 당국이 이번에 약사법에 칼을 빼든 것은 '제약회사들이 의약품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을 감수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