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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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 정책의 설계와 실행을 온전히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주로의 이전 이후 우수 인력 확보와 고급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는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투자의 특성에 따라 서울, 인천공항 등으로 분산시키고 해외 현지 투자 조직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25일 국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복지부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운용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5월 중 발표를 목표로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을 준비 중이다.

발제를 맡은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먼저 기금운용 수익률의 95% 이상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산배분(SAA)를 고도화하고, 기금운용 '거버넌스'의 전문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남 위원은 "현재 SAA의 의사결정 주체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문성이 부족해 자산배분에 있어 실질적으론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기금운용본부나 정부 등도 자산배분에 있어 역할이나 책임이 불분명해 결과적으로 기금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판단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략적 자산배분은 단순히 자산군에 비중을 할당하는 기계적 과정이 아니라 투자 가능한 시장을 탐색, 정의, 배분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전략적 자산배분을 누군가는 책임지고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용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투자정책의 결정은 운용조직으로 포괄적으로 위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금운용본부 조직을 1000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연기금의 위상에 맞춰 개편할 것도 제안했다. 남 위원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선 확대될 수 밖에 없는 해외 대체투자는 현지 네트워크 참여를 통한 투자의 현지화가 필수적"이라면서 "일률적인 인력 및 예산 통제로 해외 파견이나 현지 채용 확대 모두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유니버설 오너로서의 위상에 부합하는 조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해외 사무소 중심의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유사한 제안을 내놨다. 박영규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는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과는 성과보상체계나 조직문화가 다르다"며 "대체투자와 해외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별도의 운용 조직을 설립하는 국부펀드 모델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정삼영 한국대체투자연구원 원장은 "대체투자 관련 운용역들이라도 하루 속히 서울 또는 인천공항 그처로 이전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현재 투자 지원 기능에 집중된 해외 사무소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운용사 지분 인수를 통해 민간의 전문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성을 중심으로 꾸려진 기금운용위원회 등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기금운용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대표성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현행 가입자단체의 대표성은 유지하되 가입자단체 대표위원은 현직 단체 임원보다는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가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