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경이로운 수준의 분기 실적을 냈다. 올 1분기 매출은 37조77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조5927억원으로 86.3%나 치솟았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에 올랐다.

부품 공급난 완화 이후 잇따른 신차 출시와 환율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호조를 보였다.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력은 종전 가격에서 이젠 상품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고급 사양이 호평받아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있다. 이익 규모에서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테슬라(3조3000억원)를 넘어섰고, 2조원대로 예상되는 기아를 합할 경우 도요타(5조710억원)도 앞설 것이 확실시된다.

현대차의 경쟁력은 단순히 자동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20년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다.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율주행 세계 3위 기술력을 지닌 모셔널,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 그랩, 전기차 디자인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어라이벌 등이 정 회장 취임 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한 글로벌 기업이다. 우버, 마이크로소프트(MS), 영국의 항공기 엔진 메이커 롤스로이스 등과 협력해 2028년 미국에서 도심 내 항공모빌리티(UAM)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해 정 회장을 ‘올해의 자동차 선구자’로 선정한 이유도 플라잉 택시, 자율주행 셔틀, 로봇 등 전통적 자동차 영역이 아닌 곳에서도 회사의 장기 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서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미국과 인도 시장 등을 공략해 2026년 지금보다 200만 대 이상 증가한 920만 대를 판매해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글로벌 넘버원에 등극할 것이란 전망(삼성증권)도 내놓고 있다. 흡사 벤처기업을 방불케 하는 파괴적 혁신 행보와 투자 의지, 글로벌 시장 공략 역량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예측이다.

자동차와 같은 핵심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은 현대차 같은 기업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반도체가 고전하고 있는 때에 수출 효자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도 다행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전 경기 화성 기아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세계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도록 정부도 원팀으로 뛰겠다”고 한 것처럼, 국가적 차원에서 힘을 모아줘야 할 전략자산이다.